[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상 최악의 적자에 시달렸던 정유 4사(
SK이노베이션(096770)·S-OiL·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실적이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꾸준한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의 개선 흐름이 실적 회복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백신 보급 상황, 더딘 항공 수요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2분기 이후 실적 개선은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다.
11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증권사들의 전망치(컨센서스)에 따르면 SK이노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직전분기 대비 853억원을 기록해 5분기만에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에쓰오일도 직전 분기 대비 3배가량 증가한 2517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분기 기준으로는 지난 2019년 1분기(2704억원) 이후 최대치다.
정유4사 중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전망치가 따로 집계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모두 1분기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4분기 각각 512억원, 78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정유4사의 합산 영업손실 합계는 5조979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시현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했고 석유제품 수요도 큰 폭으로 줄며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생산비용을 뺀 금액)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분기마다 재고평가손실을 감당해야하는 정유사 입장에서 대규모 적자시현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배럴당 50달러 선 아래에서 거래됐던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연초들어 60달러 선을 회복했다. 지난해 내내 1달러대 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정제마진의 경우도 지난 2월 16일 기준 배럴당 2.1달러로 치솟은 뒤 계속 상승세를 나타내며 2월 마지막주에는 2.8달러 까지 오르며 개선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6일 보고서를 통해 “정제마진이 여전히 손익분기점(BEP)에 해당하는 4달러 아래로 하회 중이나 하반기 수요 회복으로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제설비 신규 투자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에 수요 회복 시 수급 여건이 가파르게 개선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원유 수요 회복에 따른 국제유가의 기조적 오름세는 유지되더라도 코로나19나 백신 보급 상황, 유럽의 4차 대유행, 항공업의 더딘 회복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OPEC+(석유수출기구 및 러시아 등 비회원국 연합체)가 오는 5~7월 중 단계적 증산에 합의하고 사우디가 자발적 감산 축소를 예고한 만큼 향후 국제유가의 오름세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기준으로 수요가 공급을 하루에 220만 배럴 초과하고 있고,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원유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항공 국제편수와 자동차 트래픽 인덱스가 2019년의 90% 수준으로 회복된 상황이라 앞으로의 수요 회복 모멘텀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