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정부가 상반기 중 반도체 산업 발전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반도체 품귀 현상을 해소할 대안으로 공장 신·증설시 인센티브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고사위기의 중소형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파운드리(위탁생산)와의 상생협력 방안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상반기 내로 반도체 산업 생태계 강화 방안을 담은 'K-반도체 벨트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세부 조율 중이다.
반도체산업협회 회장단은 지난 9일 간담회를 열고 △국내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지원 확대 △반도체 초격차를 이끌어 갈 우수한 인재 양성 및 공급 △국내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 지원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능동적 대응을 위한 정부 지원 등을 정부 측에 건의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반도체산업협회 회장단과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성윤모 장관, 이정배 삼성전자 사장 겸 협회장,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회장). 사진/뉴시스
정부는 업계 건의를 토대로 정책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반도체디스플레이과 관계자는 "반도체 종합 정책 수립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업계 의견을 듣다보니 발표 일정이 좀 미뤄졌다"며 "관계부처와 건의사항에 대해 추가로 협의한 후 상반기 중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해 투자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업계는 연구개발(R&D) 및 제조시설 투자비용의 50%까지 세액공제 확대, 반도체 제조시설 신·증설시 각종 인·허가 및 전력·용수·페수처리시설 등 인프라 지원 등을 건의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업계에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를 늘려야 한다고 요청했기 때문에 이 역시 대책에 담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고사 위기에 빠진 중소형 팹리스에 대한 지원 방안도 포함될 전망이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파운드리 주문이 급격히 증가한 가운데 중소형 팹리스는 파운드리 생산 라인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중국 팹리스들이 주문 가격을 올리면서 국내 중소형 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반도체 업계 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확보하지 못한 영세 팹리스들의 수익 구조가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중소형 팹리스 업체에 대한 지원 필요성도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정부 정책에는 국내 팹리스와 파운드리간 상생 협력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측된다.
미래 반도체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반도체 품귀 현상 속에 미중간 갈등이 반도체 패권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이 차세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정부가 자율주행, 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에 발맞춰 차세대 반도체에 대한 기술개발 정책을 펼칠 것으로 생각한다"며 "또 반도체 공급난 사태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대응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