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법농단 의혹'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기피신청 의향을 물었다가 "부적절하다"는 말을 들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윤종섭)는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공판준비명령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답변을 들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불출석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31일 양측에 같은 재판부가 선고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에게 유죄를 선고한 데 대한 의견을 내라고 명령했다. 피고인인 임 전 차장 측에서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속뜻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쌍방이 동의해서 관련 사건의 중복되는 부분을 먼저 본건에서 심리했고, 이는 추후 관련 사건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독립적인 재판이 진행된다는 전제로 합의한 것"이라고 답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반면 임 전 차장 변호인은 공판 준비명령 내용에 대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있다"며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고인 측이 의견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또 "관련 사건 판결에 대한 피고인 측 내용은 말씀 드릴 것이 없다"며 "관련 사건 판결문을 아직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공판준비 명령 취지를 설명하면서 이 전 실장 등에게 사법농단 재판 첫 유죄 판결을 내린 심경을 밝혔다. 재판부는 "그 직후 재판부 구성원 모두가 몸과 마음이 지쳐 힘든 상태였음에도, 소송 관계인들이 관련 사건 판결 선고를 어떤 의미로 여길 지 고민했다"며 "향후 심리를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 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더욱 그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공판준비 명령에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재판은 소송관계인의 신뢰 속에서 진행돼야 한다. 이 법원은 신뢰를 얻고자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래서 공판준비 명령 2항에서 관련 사건 판결을 선고 했다고 해서 이에 귀속돼 향후 심리를 진행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며 "오히려 (양측) 주장을 더 경청해 관련 사건 판결에 잘못이 드러나면, 그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밝혔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 말미에는 "36형사부 구성원 모두가 헌법 103조가 정한 법관"이라며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각자가 판사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임 전 차장에 대한 다음 공판은 26일 진행된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2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사법농단 의혹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