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현대중공업 노사가 2년 치 임금과 단체협약을 두고 3년째 갈등 중인 가운데 노동조합이 파업을 예고했다. 다음 주까지 사측과 교섭을 시도한 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 조합원 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8일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이번 주 노조 집행부는 2019·2020 임단협에 대한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철야 농성에 돌입한다. 대주주를 압박하기 위한 전국 순회 투쟁도 시작한다. 이후에도 사측이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다음 주에는 전 조합원 파업에 돌입한 후 상황에 따라 5월 초까지 이를 지속한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노조의 입장도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이는 대략적인 방침으로 구체적인 계획은 이번 주 상황에 따라 정한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전체 파업이 될지, 기간을 어느 정도로 정할지는 아직 논의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첫 상견례 이후 1년 9개월여만인 지난 2월 2년 치 임단협에 대한 1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조합원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달 전 조합원 파업에 돌입한 후 투쟁하는 모습.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이후 교섭을 통해 노사는 지난달 31일 2차 잠정합의안을 만들었지만 이 또한 54% 반대표를 받으며 부결됐다. 합의안이 2번 연속 부결된 건 1987년 노조 설립 후 처음이다.
1차 합의안에는 △2019년 기본급 4만6000원 인상 △2020년 기본급 동결 △2년 치 성과급 약정임금의 349%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2차 합의안은 1차 합의안에 조선업 발전을 위한 특별격려금 200만원이 추가됐다.
조합원들은 2020년 기본급이 동결된 데다 2019년 회사 물적분할에 따른 위로금에 대한 내용이 빠지면서 계속해서 합의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2019년 회사를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생산을 담당하는 현대중공업으로 물적분할했는데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은 부채를 떠안게 됐다. 이는 향후 임금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노조는 위로금을 요구하고 있다.
수주가 늘어남에 따라 회사의 성장이 기대되고, 총수 일가는 고액 배당을 받았다는 점 또한 노조가 뜻을 쉽게 굽히지 않는 이유로 보인다. 이에 대해 사측은 "원만한 마무리를 위해 노사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실질적인 대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향후 노조와 지속해서 협의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측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파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생산 타격에 대한 우려는 나온다. 사측은 2018년 노조가 파업에 나서자 하루 평균 83억원 상당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상황은 이때와 달라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하루 파업 시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조합원들의 뜻대로 합의안이 나오지 않자 노·노 갈등까지 불거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현장노동조직인 '민주혁신연대'는 잠정합의안이 두번이나 부결되자 사측은 물론 노조 집행부에도 책임이 있다며 간부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