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한 새 책)'판교의 젊은 기획자들'·'달까지 가자' 외

입력 : 2021-04-21 오전 10:48:25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실리콘밸리의 성공 원인을 분석한 책은 많은데 왜 국내의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제대로 분석하지 않을까. 한국 사회는 여전히 창업이란 단어에 보수적인 선입견이 크기 때문일까. 저자는 판교 유니콘 기업들이 대기업이 장악한 시장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혜성처럼 등장해 지금 제일 ‘핫’한 혁신 기업의 젊은 기획자들을 찾아간다. 당근마켓이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에 지향점을 두는 이유, 뱅크샐러드가 가계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유를 살필 수 있다.
 
 
판교의 젊은 기획자들
이윤주 지음|멀리깊이 펴냄
 
마크 주커버그는 2018년 한 해 동안 40억달러의 소득을 벌어들였다. 페이스북이 200억달러 이익을 냈고 주커버그는 페이스북 주식의 20%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이익은 서류상 케이먼제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돼 있고, 이 곳에서의 법인세율은 0%다. 페이스북이 배당을 하지 않은 탓에 주커버그 역시 단 한 푼도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화이자, 씨티그룹, 나이키, 피아트… 저자들은 전염병처럼 창궐하는 미국의 탈세 문제를 날카롭게 짚어낸다.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
이매뉴얼 사에즈, 게이브리얼 저크먼 지음|노정태 옮김|부키 펴냄
 
2012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첫 시집은 절망 속 차라리 모든 것이 끝장나기를 바라며 휘갈겨 쓴 일기였고, 두 번째 시집이 잊힌 장면을 이어 붙인 필름이었다면, 본작은 매일매일 벌어지는 작은 싸움들의 기록이다. 시인은 시와 자신을 계속 의심하면서도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 오늘로부터 도망치지 않는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총 53편을 엮었다. ‘꽃도 열매도 없이 오래 살자/ 누구의 꽃도 되지 않으면서’
 
 
도움받는 기분
백은선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저자는 ‘가상화폐’로 눈을 돌려 오늘날 우리 현실을 감각적으로 포착한다. 대형제과점에서 일하는 ‘흙수저 여성 3인방’의 ‘코인열차 탑승기’는 만성화된 저성장 국면과 세습 자본주의를 단숨에 관통해간다. ‘떡상’과 ‘떡락’의 풍파 속에서 인생 한방에 몰두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인생 역전이 거의 불가능한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에 대한 반영이다. ‘소진될 대로 소진된’ 등장인물은 곧 우리의 자화상이다. 한바탕 웃음 뒤 “서늘한 얼굴”(정세랑 추천사)이 뒤따른다.
 
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창비 펴냄
 
작가들의 매일을 기록한 내밀한 일기이자 자신의 문학론을 담은 에세이 연작들이 민음사에서 나온다. 문보영 시인의 ‘일기시대’와 강지혜 시인의 ‘오늘의 섬을 시작합니다’가 포문을 연다. 문보영은 손으로 직접 쓴 일기를 구독자들에게 우편으로 부쳐왔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매일 쓰고 보낸 글들을 엮었다. 강지혜는 연고 없는 섬 제주로 무작정 떠나 식당을 직접 짓고 고치고 자신의 시에 일어난 변화들을 적어갔다. 일상과 불안에서 건져낸 매일의 일기들이다.
 
 
매일과 영원 시리즈
문보영, 강지혜 지음|민음사 펴냄
 
유희열이 삽화집 ‘익숙한 그 집 앞’ 이후 22년 만에 낸 신작이다. 카카오 예능 ‘밤을 걷는 밤’을 재구성한 책은 산책 중 사색들을 엮어냈다. ‘아무 준비 없이 같이 걸으면 된다’는 출연 요청을 수락한 뒤 4개월간 청운효자동, 홍제천, 합정동 등 구석구석을 돌며 무심히 스치는 일상 풍경들을 포착해냈다. 먼발치 걷는 행인의 등 뒤, 인적 없는 버스 정류장, 담벼락의 풀꽃... “산책을 닮은 에세이입니다. 밤 산책 하는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밤을 걷는 밤
유희열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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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