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지 3개월여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권성수 부장판사)는 22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11명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재판 진행에 앞서 국민참여재판을 할 의향이 있느냐는 재판부 질의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재용)의 상황을 참작해 기일을 연기해준 덕 덕분에 피고인이 위급한 상황을 넘기고 회복 중”이라며 검찰 측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변호인단은 검찰 측이 제기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의혹에 대해 “법령상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합병”이라며 “합병에는 경영권 승계 목적이 수반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승계 및 지배력 강화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합병 자체가 부당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한 “검찰은 (이 부회장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삼성물산 주주가 됐다고 지적하는데, 제일모직 23.2% 주주였던 이 부회장 측 입장에선 그 지분이 오히려 희석됐다”며 “옛 물산 주주들은 없던 물산 주식을 새로 취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합병 과정에서 고의 공시지연 등을 통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선 “삼성물산의 경우 해외프로젝트 수익성이 악화됐고, 당시 (삼성물산 뿐 아니라) 건설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됐다”며 “(제일모직과) 합병하지 않았다면 삼성물산은 잠재부실 및 건설업 불황으로 주가가 추가로 폭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공소장에 이런 내용을 하나도 포함하지 않았다”며 “(주가조작은) 검찰 측 의혹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검찰은 피고인 공소사실에 대한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하며 '프로젝트 G' 문건을 부각시켰다. '프로젝트 G'는 삼성그룹이 2012년 12월 작성한 문건으로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의 승계계획을 사전에 기획했다는 시각이다.
이 문건에는 이 부회장 지분율이 높았던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를 중심으로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합병 등을 골자로 한다.
검찰은 '프로젝트 G'에 따라 삼성이 최소비용을 들여 이 부회장 승계를 위한 제일모직-삼성물산을 합병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 이 부회장과 삼성 미전실이 관여하며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정 등의 불법행위가 이뤄졌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검찰은 “패션사업(모직)을 인수해 에버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을 합병해 그동안 겨우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던 이 부회장이 전자, 물산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삼성은 계획적으로 ‘프로젝트 G'를 수립했다”며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같은 해 12월 제일모직을 상장시킨 뒤 주가 급등으로 이 부회장 승계에 유리한 토대를 갖췄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설명에 이어 이 부회장 등 피고인 측 변호인 변론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