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가 이달 19일 출시됐다. 아이오닉5는 지난 2월25일 사전계약 첫날에만 2만3760대를 기록했고 현재 계약대수가 4만대를 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아이오닉5의 사전계약 첫날 기록은 2019년 11월 6세대 그랜저 페이스리프트가 보유했던 1만7294대를 넘어 국내 완성차 모델 가운데 최다 기록을 수립했다.
지난해까지 국내 전기차 시장은 모델3를 앞세운 테슬라의 독무대였다. 하지만 올해는 아이오닉5를 앞세운 현대차가 테슬라에 도전장을 내면서 양사 간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21일 하남 스타필드 주차장에서 출발해 경기도 남양주시 부근 ‘더 드림핑’을 들렀다가 현대 EV스테이션에서 충전을 한 후 복귀하는 약 80km 구간을 주행하면서 아이오닉5를 체험했다.
중간 기착지에서 촬영한 아이오닉5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아이오닉5는 롱레인지 익스클루시브와 프레스티지,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됐는데, 시승모델은 상위 트림인 프레스티지였다. 이 트림의 시작가격은 5455만원이지만 컴포트 플러스, 파킹 어시스트, 디지털 사이드 미러, 비전루프, 실내 V2L, 빌트인 캠 옵션이 적용되면서 5892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시승모델에는 72.6kWh 배터리가 탑재됐으며, 최고출력은 160kW, 최대 토크는 350Nm다. 시승모델의 1회충전 주행거리는 401km였고 전비는 4.9km/kWh였다.
아이오닉5의 디자인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콘셉트카의 느낌을 받았다. 또한 ‘실제 출시되기에는 파격적인 디자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실물을 보니 생각만큼 특이하지는 않았고 미래지향적인 인상을 받았다.
파라메트릭 픽셀이 적용된 아이오닉5. 파격적인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사진/김재홍 기자
시승차량의 내부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외관 디자인에서는 ‘파라메트릭 픽셀’이 가장 눈에 띄었다. 사각형의 픽셀 모양이 헤드 램프와 리어 램프를 비롯해 전기 충전구 등에 적용되면서 아이오닉5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 시승모델에는 20인치 휠이 적용됐는데, 휠 디자인도 독특했다.
차량 내부에 탑승했다. 외부 디자인이 개성적이고 독창적이었다면 내부 인테리어는 깔끔하면서도 하이테크의 이미지였다. 우선 디지털 사이드 미러와 모니터가 눈에 들어왔다. 기존 사이드 미러와 달리 카메라에서 전송되는 영상을 모니터로 볼 수 있다.
12인치 클러스터와 12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이 하나로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현대차, 기아의 클러스터나 계기판은 블랙 계열인데, 아이오닉5는 화이트라는 점도 특이했다. 아울러 컬럼 타입의 전자식 변속 레버가 적용된 점도 특징이었다. 벤츠 차량에서는 아래, 위로 기어를 조작한다면 아이오닉5는 레버를 돌리는 방식으로 변속할 수 있었다.
아이오닉5에는 컬럼 형식의 기어가 적용됐다. 사진/김재홍 기자
유니버셜 아일랜드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아이오닉5의 전장은 4635mm로 짧은 편이지만 휠베이스는 팰리세이드(2900mm)보다도 긴 3000mm여서 공간이 매우 넓었다. 게다가 아이오닉5는 현대차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가 탑재되면서 기존 내연기관 차량보다 공간이 더욱 확대됐다. 일반 차량의 센터 콘솔에 위치한 유니버셜 아일랜드도 아이오닉5의 독창성을 부각시킨다. 위아래로 나뉜 트레이 구조를 갖췄으며, 하단에는 노트북이나 핸드백을 수납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다. 게다가 최대 140mm 후방이동이 가능해 목적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전기차 특유의 부드러운 가속이 느껴졌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예전 아우디 ‘e-트론’에서 한 번 경험했지만 처음에 적응이 쉽지 않았다. 습관적으로 사이드 미러 위치를 보는데, 카메라만 보여서 시선을 다소 아래쪽으로 내려야 측후방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와 카메라 모니터. 처음 주행했을 때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사진/김재홍 기자
사진/김재홍 기자
스티어링 휠 손잡이는 두꺼웠고 드라이브 모드는 왼편 아래쪽에 위치했다. 다이얼을 돌려보니 ECO, NORMAL, SPORT의 세 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었다. 스티어링 휠 중앙에 ‘H’ 엠블럼이 없는 점도 특이했다. 한편으로는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행을 하면서 HUD를 보는데 증강현실 HUD여서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증강현실로 보여줬다. 특히 좌회전, 우회전을 해야할 때 큰 모양의 화살표가 애니매이션 효과로 나타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디스플레이나 대시보드, 센터페시아, 송풍구 등이 수평을 이루고 있었다. 공조버튼은 온도, 풍향 등 최소한으로 구성됐다. 시승 당일 날씨가 더워 통풍 기능을 사용하려고 했더니 버튼이 없었는데, 디스플레이에서 공조 설정을 통해 활용할 수 있었다.
최근 시승했던 기아 K8은 정숙성면에서 아쉬웠지만 아이오닉5는 저속은 물론 고속에서도 소음이나 풍절음이 크게 들리지 않았다. 과속방지턱을 통과할 때도 부드럽게 충격을 흡수했다. 아이오닉5의 디자인은 파격적이고 독창적이라면 주행감은 전반적으로 무난하고 안락했다.
V2L 기능이 활용된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예전 시승했던 테슬라 모델S와 비교하면 장단점이 극명했다. 모델S는 제로백이 2.5초여서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속도가 빨라져서 주행할 때 긴장감을 가져야했다. 반면, 아이오닉5는 폭발적인 가속력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안정적이었다. 다만 정지상태에서 고속으로 가속할 때 마치 전투기가 이륙하는 것 처럼 ‘윙~~’ 소리가 나면서 속도가 높아지는게 특징이었다. 고속 안정성도 만족스러웠다.
내부 인테리어를 보면 모델S는 ‘1억원이 넘는 차가 맞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촐한 구성이다. 하지만 오토파일럿 등의 기술이나 아이패드가 연상되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의 대부분의 조작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첨단과 혁신의 이미지를 경험할 수 있다. 아이오닉5에서는 모델S에서 체감했던 강렬함은 덜했지만 상대적으로 세련되고 하이테크의 이미지가 강하다고 생각됐다.
중간 기착지인 더드림핑에 도착했다. 주변에 아이오닉5 차량 두 대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차량 외부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V2L 기능이 활용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기능을 통해 아이오닉5는 일종의 대용량 보조배터리로도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노트북에 차량 충전구에 연결된 콘센트로 충전하는 모습도 보였다.
강동 EV스테이션에서 충전을 하는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계기판에서도 충전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김재홍 기자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으로 향했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에 조금씩 적응됐지만 시내 주행에서는 익숙하지 않아 보다 시야 확보에 집중을 해야했다.
충전소에 도착해 충전기 앞에 주차를 하고 인스트럭터의 설명을 들었다. 실제로 패널을 터치하고 충전방식과 용량 등을 선택하니 상단부에서 충전케이블이 내려왔다. 손잡이 아래쪽 버튼을 누르고 상하 조절을 하면서 충전구에 케이블을 꽂고 충전을 시작했다.
충전량과 잔여 충전 시간은 차량 계기판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시승 차량은 70%까지 충전할 수 있도록 세팅이 되어 있었는데 충전까지 10여분 정도 소요되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충전구에서도 픽셀 인디게이터를 통해 충전 상태를 볼 수 있었다.
이날 시승에서 전비는 6.8이 나왔다. 사진/김재홍 기자
목적지에 도착을 했고 전비를 확인하니 6.8km/kWh였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시승에 참가한 기자의 평균 전비는 6.4km/kWh였고 최고 전비는 8.6km/kWh였다. 테슬라 모델3나 모델S는 아무래도 얼리어탭터 또는 젊은 감성에 부합하는 차량이라면 아이오닉5는 보다 공간활용이나 다양한 편의사양, 패밀리카 면에서 장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테슬라 전기차와는 다른 매력과 장점이 있다는 점에서 올해 전기차 패권을 두고 아이오닉5-모델Y 간 치열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