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중 형사 처리 30% 불과…국가 개입 필요"

정부 "전담 공무원·기관·경찰·국선변호인 참여하는 협업체 활성화"

입력 : 2021-04-26 오후 4:14:26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른바 '정인이 사건' 등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실제 30% 정도만이 형사 사건으로 처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법무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통계와 대법원 사법연감 등을 바탕으로 지난 2019년 기준 아동학대 사건 3만45건 중 수사의뢰, 인지수사, 고소·고발 등 형사 사건으로 처리된 비율은 36.6%로 집계됐다.
 
문지선 법무부 아동인권보호 특별추진단 팀장은 형사 사건 처리 비율이 낮은 것에 대해 "아직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현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과연 아동학대가 맞는지, 사법적 개입이 맞는지 등에 대해 공무원, 사법경찰 등 대응 주체 간 의견 차이가 있고, 가해자의 반발이 일반 사건보다 크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아동학대는 피해자가 말이 없는 사건이라 가해자가 사실을 부인할 뿐만 아니라 학대를 의심하는 것조차 명예훼손 등으로 반응해 고소·고발, 무고 등 사건 환경에서 현장에 나가는 대응 주체 간 판단의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상호 책임을 넘기는 상황도 있는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는 구조적인 것이 원인이라 어디에서 개입해야 하는지를 개인에게 맡길 문제가 아니다"라며 "초기 대응 주체가 의사소통이 되고, 인식의 차이를 줄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형사사법 절차의 중심에 있는 검사가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아동보호 전문 기관, 사법경찰, 피해 아동 국선변호사 등 지역사회 내 여러 아동학대 대응 주체들과 상시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사건관리회의를 활성화해 아동보호에 필요한 사법적 조처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아동학대 가해자의 재범 방지 역할을 하는 보호관찰관과 학대 피해 아동의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 간의 정보 공유 등 긴밀한 연계로 사법 절차와 행정 절차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재범 방지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법무부 아동학대 대응 인력의 전문성을 향상하고, 대응 주체 간 소통 기회를 제공하는 전문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구체척으로 이달 충청 권역 합동교육에 이어 다음 달 전라·경상 권역 합동교육 등 올해부터 권역별로 대응 주체 합동교육을 시행한다. 
 
아울러 법무부는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간담회 등을 통해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피해 아동 국선변호사가 형사 사건 재판은 물론 아동 보호 사건 재판과 피해 아동 보호명령 재판 등 아동학대 관련 사법 절차에서 아동 권익을 실효적으로 보호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으로 모든 아동학대 피해 아동에게 국선변호사가 의무적으로 선정되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된 상태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아동학대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은 총 1974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530건보다 27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2월 아동 인권의 관점에서 아동학대 대응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 시스템 오류를 방지할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아동인권보호 특별추진단을 설치했다.
 
이상갑 법무부 인권국장은 "아동학대 사건의 약 30%만이 형사사법 체계 내로 포섭되고 있다"며 "이는 아직도 아동학대가 범죄란 인식이 부족하고, 아동학대 사건을 외부에서 개입하기 곤란한 가정 내 일로 치부하는 경향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아동은 다른 피해자와 달리 자신의 피해를 제대로 말하고 구조를 요청하기 어려워 피해를 밝히기 어려운 반면, 가해자는 학대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는 힘의 불균형 상황에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일견 경미해 보이는 사건도 하나하나 엄중히 다루도록 하는 이중·삼중의 보호망을 만들어야 가해자들이 중대 범죄로 나아가는 것을 방지하고, 아동을 학대로부터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동의 '보호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란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갑 법무부 인권국장이 26일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아동학대 사건 관련 제도 개선 등 정책 추진 상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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