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과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가 2년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양측의 여론전만 심화하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교통연대가 지난 12일부터 시작한 ‘중고차시장 완전 개방 촉구’ 온라인 서명운동에 이날 오후 3시 기준 5만717명이 참여했다. 교통연대는 시민교통안전협회, 교통문화운동본부,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새마을교통봉사대, 친절교통봉사대, 생활교통시민연대 등 6개 시민단체의 연합체다.
교통연대가 주도하고 있는 온라인 서명운동. 27일 오후 3시 기준 5만717명이 참여했다. 출처/교통연대
앞서 정부는 지난 2013년 중고차 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2019년 2월 기한이 만료됐지만 중고차 업계가 재지정을 신청했고 현재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게다가
현대차(005380)가 지난해 10월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하면서 양측 간 갈등만 심화되고 있다.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대표는 “기존의 후진적인 중고차 시장의 거래 관행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면서 “온라인 참여운동을 통해 접수된 소비자들의 의견과 중고차 피해사례를 중고차 시장 관련 주무 부처인 중기부와 국회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 자동차산업 관련 9개 기관의 연합체인 자동차산업연합회(KAIA)는 이달 22일 교통연대의 중고차시장 개방 서명운동에 지지를 선언했다. KAIA는 “이번 운동이 중고차 판매업에 대한 완성차 업계의 참여를 가능하게 해서 소비자 보호, 중고차 시장 선진화, 중고차 업계와의 상생을 촉진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두고 여론전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이달 21일 자동차학과 교수 등 2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고차 매매시장의 대기업 진입에 대한 항목에서 79.9%가 긍정적, 9.5%는 부정적, 10.2%는 보통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반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지난해 8월부터 지부별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이달에도 정부과천청사, 정부대전청사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연합회 관계자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위해 국회 및 정부 등에 건의하는 등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올해도 문제가 해결될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정부는 조만간 중고차 업계 등 이해당사자들과 대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지난 22일 중고차 시장 문제와 관련해 “최근 연합회 대표자가 선정됐기 때문에 다시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중고차 업계가 비타협적으로 나온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지난 20일 임영빈 한성특장차매매상사 대표를 6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했던 중고차상생협력위원회가 지난 2월17일 중고차 업계의 불참으로 무산된 이후 중단됐단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사안이 연내 마무리되지 못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이해관계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면서 “지금 분위기라면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는데, 소비자의 편의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