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메르세데스-벤츠의 마일드 하이브리드차량(MHEV) '배터리 불량'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배터리 문제로 시동이 꺼지거나 주행 중 불필요한 경고 메시지가 나오는 등의 문제가 다수의 모델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이 있는 차량 대부분이 올해 출고된 신차인데다 애프터서비스에 소극적인 벤츠의 태도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은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 MHEV 차량 시동 꺼짐과 주행중 경고 등 켜짐 등 고장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피해를 호소하는 문제가 발생한 차량들의 공통점은 48v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점이다. 벤츠의 MHEV 차량들은 48v 배터리를 통해 구동·발전한다. 따라서 48v 메인 배터리에 문제가 생기면 연결된 12v 충전식 보조배터리까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문제가 발생하는 모델은 점차 늘고 있다. 모델별로 보면 벤츠 e250을 제외한 E클래스 전 모델과 CLS450, CLS53, AMG GT43 4도어, 신형 S500, GLC300, GLC300e, GLE450, GLE53, GLS580, 마이바흐 GLS600 등이다. 이들 모델을 소유한 차주 수십명이 차량 불량 문제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가 발생한 차량들은 대부분 올해 생산된 신차다.
지난 3월 출고된 벤츠 e350 AMG 차주 김모씨는 "약 1000키로 주행한 새차 시동을 거는데 배터리 경고등이 떴고 차량을 세우라는 메시지가 나와서 딜러에게 전화를 했더니 해결방법이 보험사 긴급출동 서비스 밖에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점프 스타터(타차량 시동 도움)도 안되고 무조건 견인해가서 조치해야한다고 하는데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벤츠 E클래스 e450 차량이 배터리 문제로 견인되고 있다. 사진/차주 제공
이같은 현상은 차량 수리 후에도 발생하고 있다. 2021년 1월 생산된 벤츠 뉴 E클래스 e450 익스클루시브 차주 윤모씨는 "48v 배터리, DC/DC 컨트롤러, DC/DC컨버터를 교환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동일증상이 발생해 재입고했다"며 "이렇게 많은 차주들이 호소하는 가운데 벤츠측이 결함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답변만 늘어놨다"고 토로했다.
또 차주들은 벤츠코리아가 제작결함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출고를 강행중이고 소비자에게는 침묵하며 스트레스와 피해를 전가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보상을 위해 사측에 문의했으나 리콜 등 마땅한 후속 조치를 내놓고 있지 않아서다. 벤츠코리아는 수입사로 물량 배분해주고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벤츠 서비스센터는 딜러사가 도맡아 운영한다. 소비자들은 "팔기만 하면 끝이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차주들은 벤츠가 딜러사와 자신들은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청와대 청원까지 가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차주 윤모씨는 "벤츠코리아는 딜러사에 책임을 넘기고 딜러사는 코리아에 토스하는 이런 모습은 국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수입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벤츠는 명실공히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3월 벤츠 E350 4매틱 차량은 564대가 판매되며 국내 수입차 최다 판매 모델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CLS 450 4매틱 534대, E450 4매틱 366대, GLC 300 e 4매틱 쿠페 324대, E300 e 4매틱 240대, GLC 300 e 4매틱 229대로 각각 3위,5위,6위,8위,10로 최다 판매 모델 10위권에 절반 이상이 벤츠 차량이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