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부진했지만…한국조선해양 "슈퍼사이클 진입"(종합)

지난해 코로나 영향…1분기 매출·영업익 감소
올 들어 쏟아진 수주에 '2.5년치' 물량 확보
후판 가격 올랐지만…"선가도 따라 오를 것"

입력 : 2021-04-29 오후 4:11:16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한국조선해양이 올 1분기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에 따른 '수주 가뭄' 영향으로 부진한 실적 성적표를 받았다. 다만 올해에는 연초에 세운 연간 수주 목표의 40%가량을 이미 채우는 등 계속해서 선박 주문이 밀려들면서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 이미 2023년까지 일감을 확보한 상황으로, 이에 따라 향후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1분기 매출액 3조6815억원, 영업이익 675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7%, 44.5% 감소한 성적이다. 한국조선해양 조선 계열사로는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이 있다.
 
코로나발 수주 가뭄…조선 자회사, 나란히 영업익 감소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현대중공업은 1분기 영업이익이 2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다. 매출액은 8.7% 줄어든 1조9882억원, 당기순이익은 3.2% 감소한 60억원으로 각각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현대삼호중공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1.3% 감소한 157억원이다. 매출액은 0.9% 감소한 1조416억원, 당기순이익은 39.1% 감소한 270억원이다. 현대미포조선 또한 작년 동기보다 47.6% 감소한 17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1.9% 줄어든 6847억원, 당기순이익은 27.3% 감소한 299억원이다.
 
조선 계열사들이 1분기 부진한 실적을 낸 것은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주가 줄었기 때문이다. 조선사들은 통상 1년 전의 수주가 현재 실적에 반영된다. 즉 지난해 1~2분기 수주 공백의 영향으로 올 1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이다.
 
그래픽/구선정 디자이너
 
올 하반기 이후 실적 상승 기대
 
이처럼 상반기까지는 한국조선해양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반기에는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로 뚝 끊겼던 선박 발주 시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지난해 연말 '뒷심'을 발휘해 고부가가치 선종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수주에 나섰고, 그 결과 중국을 제치고 연간 수주 1위 국가에 오르기도 했다.
 
수주 랠리는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날에도 액화석유가스(LPG)선 4척을 3650억원 규모로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약 8조원에 달하는 주문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올해 연간 목표치의 약 45% 이상을 채운 수준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1분기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자사 조선소들이 2년반 치 물량을 확보하며 상당히 안정적인 상황"이라며 "지금 조선산업 상황은 슈퍼 사이클에 접어들었던 2003~2008년 가운데 2003년 초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원유운반선. 사진/현대중공업
 
변수는 후판 가격…"선가 올려 만회"
 
이처럼 수주는 순항하고 있지만 선박 건조에 쓰이는 후판 가격이 오르는 점은 실적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후판은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후판을 비롯한 철강 제품들은 최근 원재료인 철광석값 상승과 공급 감소로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다.
 
철강사들은 이달 초 조선사들과의 후판 가격 협상을 마무리 지었는데, 업체마다 다르지만 통상 톤당(t) 10만원 안팎으로 인상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후판 가격이 동결되거나 소폭 인하돼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폭의 인상이다. 이어 하반기에도 추가 인상이 예측되는 상황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선박 가격을 올려 후판 인상에 따른 손해를 메꾼다는 계획이다. 실제 강재 가격이 오르고 해운업도 호황에 접어들면서 선가 인상에 대한 선주들의 태도도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선주들도 강재 가격이 인상됐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아울러 빠른 납기를 원하기 때문에 선가 인상에 대한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2.5년 치 물량을 확보하면서 선가 협상에 대한 주도권도 조선소 쪽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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