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리튬이온 이차전지 핵심 소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소재 부문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소재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 등을 통해 자사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을 동시에 잡겠다는 계획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폴란드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 공장 건설 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에서 약 3~40%를 차지하고 전기를 생성하는 리튬을 담고 있다. 배터리 성능은 리튬과 금속 성분 조합에 따라 좌우되며 대표적으로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과 니켈·코발트·망간·(NCM) 등이 있다. 음극재에는 천연과 인조 흑연 두 가지 모두가 쓰일 수 있다. 리튬이온은 충전시 양극에 음극으로, 방전시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는데 이때 전해액이 필요하다.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것은 분리막이다. 분리막은 양극판과 음극판을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 두고 '전자적으로' 단락되지 않게 격리하는 역할을 한다. 원가에서 분리막은 15%, 음극재는 10%의 가격을 차지한다.
배터리 1위 기업인 LGES은 모기업인 LG화학으로부터 양극재를 공급받으며 소재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최근
LG전자(066570)가 지난 2009년부터 진행해온 분리막 사업을 LG화학에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수직계열화의 움직임이 본격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LG화학은 올해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적극적인 소재사업의 추가 진출을 위해 조인트벤처(JV)·인수합병(M&A) 등을 검토하는 중"이라며 "몇 가지 아이템은 올해 2분기나 3분기 즈음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ES은 최근 실리콘 음극재를 생산하는 대주전자재료에 대한 지분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LGES은 지난해 12월 음극의 분리막인 '동박'을 생산하는 솔루스첨단소재(전 두산솔루스) 유럽 법인에 575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삼성SDI는 국내 양극재 3개 기업중 하나인 에코프로비엠과의 합작법인(JV) 에코프로이엠을 설립, 내년 1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에코프로가 올해 포스코케미칼과 함께 연간 매출액 1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이 외에도 삼성SDI는 한솔케미칼과 협력해 실리콘 음극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는 분리막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로부터 소재를 공급받고 있다. SKIET의 분리막은 지난해 고부가가치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성능과 안전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재가 배터리의 성능과 품질과 안전을 좌우하는 만큼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국내외 업체에 지분을 투자한다든가 협력사를 세우거나 인수합병하는 트렌드는 앞으로의 시장에서 자주 목격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자동차회사가 원가절감과 안전한 배터리 수급을 위해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내놓은 것처럼 배터리 회사의 소재 내재화 노력도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투자시 전략적인 로드맵을 잘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고성능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구현하는데 있어 내재화가 꼭 필요한 소재는 분리막으로 최근 분리막 원단과 분리막 개질(세라믹 코팅 등)쪽으로 이원화되어 집중 투자되는 추세"라며 "일각에서 전고체 전지로 갈수록 고체전해질이 대체해 가장 먼저 없어질 소재라는 일각의 주장도 있지만 전지 안전 측면에서 전해질과 더불어 양대 핵심 소재"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양극 활물질의 경우 주원료인 전구체 기술력의 핵심이고, 음극 활물질은 에너지밀도 측면에서 리튬이온 전지의 극적 용량 증대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중요한 소재"라며 "중대형 전지 측면에서 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은 전지는 양극 활물질이 울트라 하이니켈(90% 이상), 음극이 실리콘 화합물(5% 이하)과 흑연 음극 활물질의 혼합 소재"라고 설명했다.
소재 산업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1기가와트시(GWh) 대응에 필요한 설비투자(CAPEX) 금액은 분리막이 가장 높고 이외에 양극재, 음극재, 동박, 전해액 순이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선임연구원은 "소재 산업의 진입 장벽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필요 CAPEX 규모로 즉 수요 대응을 위해 필요한 자본의 많으면 그 자체로 해자가 구축된다"면서 "특히 소재 산업 중 분리막이 가장 많은 CAPEX를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