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16조원 넘게 급증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청약으로 '빚투(빚내서 투자)' 자금이 몰리면서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전세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요인도 작용했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4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25조7000억원으로 한 달 전(1009조5000억원)보다 16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04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치다. 직전 최고치였던 2000년 11월의 13조7000억원보다 2조4000억원이 더 많은 규모다.
가계대출을 보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3월 기타대출은 8000억원 증가에 그친 반면, 지난달에는 11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공모주 청약과 관련한 자금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보고 있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신용대출 상당 부분은 이미 개설된 마이너스 통장에서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보이며, 과거 공모주 청약 사례나 청약 전 대출 흐름으로 추정 해보면 SK아이이테크놀로지 공모주 청약자금에 사용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청약 수요는 기타대출 11조8000억원 중 9조원대 초반으로 추정하고 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에는 지난달 28~29일 양일간 역대 최대 공모주 청약 증거금인 80조9000억원이 몰린 바 있다.
주택담보대출도 주택매매과 전세거래 관련 자금수요가 지속되면서 4조2000억원 증가했다. 은행 전세자금대출은 2조7000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전월(2조8000억원)에 이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기업대출을 보면, 대기업대출은 2조7000억원 감소에서 2조원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는 분기말 일시상환분 재취급 등에 따른 영향이다. 중소기업대출은 7조3000억원에서 9조5000억원으로 2조2000억원 늘었다. 은행·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이 지속되는 가운데 부가가치세 납부와 관련한 자금 수요 등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25조7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6조1000억원 증가했다. 사진은 은행 대출 창고 모습. 사진/뉴시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