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해상 운임이 연일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선복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고 알려진 미주와 유럽 외 동남아 노선 운임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달 방콕과 말레이시아 운임은 미주 운임보다 큰 상승 폭을 기록하며 수출 기업의 고민을 가중하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해상 운임이 가장 크게 오른 지역은 방콕으로, 6m 길이 컨테이너 기준 전년 상반기보다 59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운임은 해상 운송 중개사(포워더) 100여개가 실제로 받은 수치 기준이다.
이어 독일 함부르크가 421% 올랐으며 말레이시아 클랑으로 가는 운임이 417% 상승하며 뒤를 이었다. 이밖에 운임이 크게 오른 지역은 프랑스 르아브르, 이탈리아 제노바로 각각 366%, 335%씩 운임이 비싸졌다. 같은 기간 미국 운임은 137% 올랐다.
12m 길이 컨테이너 기준 운임의 경우 일본 하카타가 650% 오르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방콕이 532% 오름폭을 보였다. 이어 태국 렘차방(450%), 클랑(419%), 제노바(351%) 순으로 운임 상승 폭이 컸다.
그래픽/구선정 디자이너
업계 관계자는 "미주와 유럽을 중심으로 운임이 크게 올랐다고만 알려졌는데 동남아와 일본 운임도 크게 올라 수출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운임이 심하게 높아지면서 수출을 아예 포기하는 기업들도 많다"고 말했다.
세계 컨테이너선 주요 15개 항로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또한 최근 2주 연속 3000을 돌파하며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이 지수는 2009년 1000을 기준으로 시작했으며 지난해 5월 지수는 850 안팎이었다.
지난주 운임은 3095.16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26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선 국내 업체들이 실제로 지불하는 운임은 SCFI 지수 오름폭보다 더욱 가파르다고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웃돈을 줘도 선박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탈리아 제노바로 가는 운임은 한때 전년 대비 1450%가량 뛰기도 했다"고 말했다.
해상 운임 상승으로 수출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자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편다는 계획이다. 전날 정부는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화물 운임 지원 규모를 기존 70억원에서 121억원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국적선사
HMM(011200)을 통해 임시 선박도 꾸준히 투입하고 있다. HMM은 지난해 8월부터 미국과 러시아 등에 21척의 임시 선박을 투입했으며 최근에는 미주 노선에 3척을 추가 배정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주부터 유럽 항로에도 1만6000TEU급 선박을 매주 1척씩 총 6척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임시 선박의 경우 정기 노선과 달리 목적지로 직행하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용 선박은 동남아 수출 기업 어려움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