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비만 3배 넘게 올랐습니다”…선박 대란에 수출 중기 ‘운임 쇼크’

세계 경제 회복세에 선박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
선박 대신 비행기 찾자 항공 운임까지 '들썩'
수출 중기, 적은 컨테이너 수·짧은 계약 기간에 선사 외면
정부 ‘수출입물류 비상대응 TF’ 구성, 업계 지원 총력

입력 : 2021-05-13 오후 3:20:54
[뉴스토마토 정등용·이보라 기자] #. 중국에서 수입한 원자재를 가공해 미국과 동남아 등지로 수출하고 있는 A사는 최근 늘어난 해운 운임에 물류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웃돈을 줘서라도 선박을 섭외해보려고 하지만 수요 경쟁이 워낙 치열해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결국 항공 운송을 택했지만 선사와 계약하지 못한 업체들이 몰리면서 항공 운임도 상승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 하면서 글로벌 수요 회복과 물동량 증가에 선박 부족 현상이 산업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선박 대란이 해운 운임 증가로 이어져 수출로 먹고 사는 국내 기업들에 물류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대기업들의 경우 늘어난 운임을 감당하거나 장기간 계약을 통해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추가 운임을 감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부분 단기 계약이나 적은 물량으로 수출을 하고 있어 선박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이다.
 
13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소재 온라인 유통 업체 B사는 최근 해운 운임 상승으로 작년 한 해에만 물류비로 10억원을 썼다. 재작년 물류비가 3억원이 들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3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B사 관계자는 “선박 상황에 여유가 있었을 때는 계약 2주 전에만 예약을 넣으면 거의 걱정 없이 다 됐는데 지금은 중국 물량도 미주로 몰리면서 한국의 할당량이 많이 줄었다”면서 “우리 같은 소기업은 컨테이너가 한 달에 두세 개 정도 나가는데 그 정도로는 협상력도 없고 장기간 거래를 할 수 있는 양도 아니라 선박 계약을 맺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 했다.
 
또 다른 수도권 소재 완구 제조 업체 C사는 올해 해운 운임이 작년 대비 600% 올랐지만 제품 판매 가격은 올릴 수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C사 관계자는 “언제까지 계속 운임 비용이 오를지 알 수 없어서 앞으로가 더 막막하다”면서 “운임 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도 못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실제로 운임 비용은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5월 첫째 주 3100.74를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3000선을 넘은 데 이어 5월 둘째 주에도 3095.16을 찍었다.
 
여기에 배를 구하지 못한 기업들이 항공기를 찾으면서 항공 운임도 덩달아 치솟는 모양새다. 홍콩에서 발표하는 화물 운송지수인 TAC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홍콩~북미 노선 운임은 ㎏당 8.48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9% 오른 수치다.
 
이처럼 선박 대란이 벌어진 데에는 미국의 항만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래 미국에 도착한 선박은 하역까지 보통 하루 이틀만 대기하면 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확진자가 나온 항만은 폐쇄되거나 하역 작업이 길어져 선박 대기 기간이 길게는 2주 이상까지 늘어난 상태다.
 
이에 정부도 '수출입물류 비상대응 TF'를 구성하고 기업들의 수출 물류 애로 해소에 나섰다. 구체적으로는 선복량 추가 공급, 운임 지원 확대, 항만 적체 완화 등 3가지 방향에서 지원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미주 항로에는 임시 선박을 월 2회 이상 투입하되 5월에는 6척을 투입하겠다"며 "유럽항로에도 6월까지 선박 6척을 추가 투입한다"고 밝혔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한진컨테이너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정등용·이보라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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