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코로나19 여파로 고사 위기에 처한 관광특구 대책으로 전용 상품권을 내놓았지만, 발행금액이 4억원에 불과해 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3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외국인을 물론 내국인 유동인구까지 줄면서 올 1분기 기준 매출액은 이태원 40.7%, 동대문 31.2%, 명동 26.2% 각각 감소했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 또한 이태원 31.9%, 명동 38.3%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서울 방문 외래관광객은 총 192만명으로 2019년 1390만명에 비해 약 1200만명, 85.6%나 감소했다. 서울에는 종로·청계, 명동, 동대문, 이태원, 잠실, 강남 마이스 등 6개 관광특구가 지정됐으며, 이들은 외래관광객에게 필수코스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이날 관광특구 전용 상품권과 SNS 홍보마케팅 등을 포함한 관광특구 회복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유명 연예인인 노라조와 박미선 씨 등이 SNS 홍보영상을 제작해 관심을 모으고 상품권으로 실질적인 방문객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정작 관광특구 회복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내놓은 관광특구 전용 상품권은 50% 할인 판매라는 ‘역대급’ 혜택에도 불구하고 발행금액이 4억원에 불과하다.
처음 발행되는 관광특구 전용 상품권은 강남 마이스를 제외한 5개 관광특구 내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하며, 5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1인당 5만원 구매한도로, 서울사랑상품권 사상 최대 할인혜택인 만큼 17일 오전 10시부터 조기 매진이 예상된다.
그러나 발행금액 4억원을 5개 관광특구가 나누다보니 한 관광특구당 돌아가는 혜택은 1억원 내외에 불과하다. 관광특구 한 곳당 상점이 수백 개 이상되고, 작년 관광객 감소만 1000만명 넘게 이뤄진 현실에서 총 4억원의 상품권 발행만으로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관광특구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관광특구를 방문한 소비자가 전용 상품권으로 2만원 이상 구매하면 1만원을 전용 상품권으로 되돌려주는 페이백 이벤트도 다음달부터 진행한다. 이 페이백 이벤트 역시 예산이 5000만원만 책정돼 선착순 5000명 한도다.
관광특구 전용 상품권 발행규모가 적다보니 조기에 매진되면 오히려 구매희망자들에게 반감만 사고 실제 구매는 초기접속자나 평소 지역정보에 밝은 사람들에게 몰릴 수 있다. 이미 서울사랑상품권도 각 자치구에서 앞다퉈 발행했지만, 현재 거의 매진된 상태다.
서울시는 지난해 사랑제일교회 발 코로나 재확산으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고자 특정 동네에서만 사용 가능한 ‘장석월(장위·석관·월곡)’ 상품권을 35억원 규모로 발행한 바 있다. 장석월 상품권은 관광특구에 비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 아님에도 조기 매진을 기록했으며, 지역상권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 관광특구 관계자는 “당장 죽어가는 상황에서 요청한 상품권이 발행돼서 다행인데 솔직히 금액이 너무 적다”며 “관광특구 한 곳당 1억원 남짓 돌아가지 않아 효과가 적을 것 같아 나중에라도 더 많은 금액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예산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상품권을 더 발행할 계획은 없다”며 “우선 관광특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로, 전용 상품권 외에도 해당 자치구의 서울사랑상품권도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관광특구 내 한 점포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