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저축은행의 비대면 신용대출 금리가 대면 대출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토스,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플랫폼 연계 대출 서비스 이용이 늘어난 가운데 이들에게 제공하는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며 금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3월 기준 79개 저축은행 중 12곳에서 인터넷·모바일 경로 신용대출 금리가 모집인 대출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격차가 가장 큰 곳은 애큐온저축은행이었다. 3.38%p 차이가 났다. 인터넷·모바일 경로 대출 금리는 16.43%, 모집인은 13.05%로 확인됐다. IBK저축은행도 3%대 격차를 보였다. 인터넷·모바일 및 모집인 대출금리는 각각 13.66%, 10.29%로 집계됐다.
나머지 업체들은 약 0~1.00%p 차이가 나타났다. △스마트 1.72%p △상상인 1.47%p △OK 1.38%p △웰컴 1.23%p △키움YES 1.1%p △하나 1.02%p △JT친애 0.59%p △JT 0.57%p △신한 0.3%p △모아 0.01%p 등이다.
통상 비대면 대출의 경우 대면 대출보다 금리가 더 저렴하다. 모집인 등을 고용하지 않고도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차주가 대출을 받는 방식이어서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반면 오프라인 대출의 경우 저축은행이 모집인 등에게 일정 수수료를 제공해야 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모집인 수수료는 2.99%로 사실상 3%대에 육박했다.
이 같은 구조에도 불구하고 최근 10여개의 업체에서 비대면 대출 금리가 더 높은 것은 핀테크 플랫폼과 연계된 대출 거래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대출 경로별 차주의 신용도나 특성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지만 핀테크에 지급하는 마케팅 비용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토스, 카카오페이, 시럽, 핀다 등 핀테크들은 '대출 비교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대출 비교 서비스는 한 번에 저축은행, 캐피탈 등 여러 업체의 대출 상품 중 차주별 최적의 상품을 제시하고 개별 업체에 연계해주는 서비스다. 금융사들은 핀테크들과 제휴를 맺고 고객을 인계받는 만큼 마케팅 비용을 지불한다.
문제는 핀테크 영향력이 커지면서 마케팅 비용 상승분이 대출 금리에 전가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송금·결제 서비스 이용이 늘자 집객력이 커진 이유에서다. 더욱이 멤버십, 투자 등 기능이 더해져 고객 보유 여력이 확대될수록 마케팅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럼에도 저축은행은 젊은층의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어 제휴망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시장이 커지고 기능이 늘어남에 따라 운영비가 늘면서 제휴사가 요구하는 마케팅 비용도 커지게 된다"며 "자체 플랫폼에서 대출을 제공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들어도 영업망이 확대되는 만큼 제휴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핀테크 대출 비교 서비스에 제공하는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면서 저축은행 모바일 대출 금리가 모집인 대출보다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대출 상품 홍보물 앞을 지나가고 있는 시민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