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세계 주요 해운사들의 선박 확보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해상 운임 상승으로 호황을 맞자 몸집을 더욱 키워 '규모의 경제'를 꾀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해운 시장이 정상화하면 늘어난 선박 수로 인한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래픽/구선정 디자이너
20일 프랑스 해운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세계 10대 해운사의 선박 발주 잔량은 301만2558TEU에 달한다. TEU는 6m짜리 컨테이너를 세는 단위다. 척수로 따지면 226척이 주문됐다.
선박 발주가 가장 많은 곳은 세계 2위 MSC다. 스위스 선사인 MSC는 72만4760TEU(40척) 선박을 주문하며 발주량으로는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현재 MSC는 세계 해운 시장에서 점유율 16.2%를 기록하며 1위 머스크(16.8%)에 소폭 뒤져있다. 하지만 발주한 선박을 모두 받은 뒤에는 머스크를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MSC 다음으로 선박 발주량이 많은 곳은 대만 선사 에버그린으로, 69만189TEU(72척)를 주문했다. 세계 7위 점유율을 기록 중인 에버그린 또한 주문한 선박을 모두 인도받으면 8위인
HMM(011200)과는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6위 일본 원의 자리는 더욱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발주한 선박을 인도받은 후 에버그린의 선복량은 약 203TEU로 늘어난다. 선박 추가 주문이 없다고 가정하면 같은 기간 원은 약 186만TEU의 선복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10대 해운사 중 이날 기준 선박 주문이 가장 적은 곳은 머스크와 HMM이다. 머스크는 3만5540TEU(13척)를, HMM은 4만8030TEU(3척)를 주문한 상태다. HMM의 경우 2018년 초대형 선박 20척을 주문했고, 이를 이미 상당수 인도받으면서 발주 잔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보인다.
해운사들이 새 선박 주문을 서두르는 건 해상 운임 상승으로 호황을 맞으면서 몸집을 키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이 가파른 상황으로, 지난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역대 최고인 3343.34를 기록했다.
운임이 상승하면서 조선업계에서도 세계 선박 발주 시장은 향후 10년간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기관인 클락슨은 4월 보고서를 통해 올해와 내년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한 연평균 1200척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2023~31년 평균 발주량 또한 1800척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1만5000TEU 이상 대형선을 중심으로 매년 250~300척가량의 주문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사들의 몸집 불리기는 향후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이후 항만 운영이 제자리를 찾으면 지금 같은 선박 부족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선박은 많은데 수요는 적어 과거처럼 다시 가격 경쟁에 돌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이 넘쳐 운임이 떨어지면 규모가 큰 선사들은 버티면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중소해운사들은 파산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며 "HMM을 비롯한 우리나라 해운사도 대비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