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최근 가수 이효리가 반려견 순심이를 떠나보내는 이야기가 공중파를 타면서 전국 1500만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생애주기가 다른 사람과 동물이기에 언젠가는 이별할 수밖에 없는 만큼,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최적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면 수십만원을 지출하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고품질의 간식사료와 영양제, 옷, 장난감은 기본이다. 펫 카페부터 펫 레스토랑, 펫 미용숍, 펫 유치원까지 생겨날 정도다.
낮잠, 산책, 예절교육까지…'반려견 유치원'에 몰린다
강남구 사는 직장인 A씨는 출근하는 길에 강아지를 반려견 유치원에 맡긴다. 반려견 유치원은 강아지 몸무게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데 4kg 소형견을 기준으로 종일반, 주 5회를 이용할 경우 월 48만~54만원이 소요된다.
하루 평균 15마리의 강아지가 유치원 서비스를 이용한다. 반려견 유치원이 입소문을 타면서 20마리 정원이 금방 초과되기 때문에 예약이 어려울 정도다.
어린이가 다니는 유치원 일상과 비슷하다. 추가 비용을 내고 분리불안 해소, 식사 예절 등을 가르치는 교육프로램도 선택할 수 있다. 유치원 '선생님'들이 일과 중에 낮잠과 산책을 시켜주고, 중간중간 반려견 보호자들에게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주기도 한다. 하원 시간에 맞춰 퇴근한 A씨는 반려견을 데리러 유치원에 들린다.
반려견 유치원은 수년전만 해도 부유층이 많은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만 존재했으나 최근에는 지방에도 개원하는 곳이 생길 정도다. 포털 사이트에는 약 300여곳의 반려견 유치원이 등록돼 있다.
A씨는 "유치원에서 기본적인 교육을 받은 뒤부터는 강아지의 분리불안이 사라졌다"며 "집을 비울 때마다 혼자 두는 시간이 길어 미안했는데, 유치원을 보낸 후부터는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월 급여의 10% 이상을 강아지에게 사용하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월 50만원 유치원은 언감생심"…CCTV 켜놓고 출근
관악구 투룸에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는 직장인 B씨는 출근하기 전에 집에 설치된 CCTV부터 점검한다. 스마트폰으로 집 밖에서도 반려동물을 살필 수 있어서다. B씨는 반려동물들을 동물병원이나 유치원에는 맡길 형편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집에 두고 갈 수밖에 없다. 초여름 날씨가 빨리 찾아온 요즘에는 에어컨도 켜놓고 출근해야 한다.
집 밖에서도 반려동물에게 신경쓰는 B씨를 보고 지인들은 "왜 사서 고생하냐"는 말도 한다. B씨도 마음만은 반려동물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싶지만 자금 상황이 여의치 않다. 그래도 그는 월 급여의 5% 이상을 반려동물에 사용한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아플 때는 그 금액을 초과하게 된다. 최근 고양이가 이물질을 삼켜 부랴부랴 동물병원으로 달려간 그는 검사 비용으로만 30만원이 찍힌 영수증을 보고 한숨이 나왔다고 했다. 그럼에도 "돈은 아깝지 않다. 고양이가 크게 아프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B씨는 "아이들(강아지, 고양이)에게 능력이 되는 한에서 해 줄 수 있는 건 다 해 주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할 때는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반려견 유치원이라도 보낼까 싶었는데, 기본적으로 높은 가격대가 형성돼 있어 부담스러워 포기했다. 유치원은 애초에 '금수저' 강아지들을 위한 곳"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양육인구 1500만 육박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60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9.7%를 차지한다. 반려인은 1448만명으로 '반려인 1500만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려동물의 건강관리나 상해·질병을 입었을 때 지출하는 치료비를 제외, 매월 고정적으로 드는 반려동물 양육비는 월 평균 14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매월 평균 12만원을 지출했던 것에 비해 2만원 정도 늘었다.
양육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사료비(33.4%)다. 두 번째는 간식비로 17.8%를 나타냈다. 이외 용변 패드나 모래, 미용·위생 관련 용품 등 일용품을 구매하는 데 11.1%를 지출하고, 미용비 등에 10%를 지출했다.
반려동물 4마리 중 한 마리는 날마다 평균 6시간 정도 혼자 집에 남겨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치원과 펫 시터 등 관련 산업이 발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구는 극히 일부다.
반려가구 중 64.1%가 펫테크 기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출 시 집에 혼자 남은 반려동물에 대한 걱정을 덜기 위해서다. 주로 이용하는 펫테크 기기는 자동 급식기와 자동 급수기, 홈 폐쇄회로(CC)TV와 카메라, 자동 장난감 등이다.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