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법정관리에 돌입한
쌍용차(003620)의 매각 시계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당초 유력한 인수후보였던 미국의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를 비롯해 다양한 인수 후보군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왼쪽부터)더불어민주당 김현정 평택을 지역위원장, 홍기원 국회의원(경기 평택시갑), 정일권 쌍용차노조위원장과 관계자들이 탄원서 제출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조재훈 기자
20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매각을 위한 공개 입찰은 이달 말 진행될 예정이다. 매각주간사는 조사인인 한영회계법인이 유력하다. 쌍용차의 매각가격은 조사보고서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 쌍용차 인수전에 참전 의사를 밝힌 기업은 3곳이다. 먼저 우선협상자였던 HAAH오토모티브가 여전히 쌍용차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쌍용차 내부에서도 여전히 HAAH오토모티브를 가장 적합한 인수 대상자로 꼽고 있다. HAAH오토모티브가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빠른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HAAH오토모티브는 중국 체리차와 긴밀한 협력관계다. 중국 체리차 모델에 대한 미국 판매 계획을 세우는 등 다방면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쌍용차 인수에 성공한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교두보 삼아 수입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피할 수 있다. 따라서 HAAH오토모티브가 쌍용차 인수에 군침을 흘릴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최근 참전 의사를 밝힌 국내 전기차업체 에디슨모터스와 케이팝모터스·사모펀드 박석전앤컴퍼니 등도 쌍용차에 대한 강한 인수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를 전기차 회사로 변모시키고 5년 내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을 꾸리고 3000억원 규모의 투자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케이팝모터스와 사모펀드 박석전앤컴퍼니도 지난달 쌍용차 인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필요한 자금 3조8000억원을 나스닥과 뉴욕증권시장에서 조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쌍용차 매각이 성사되려면 무엇보다 '덩치'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쌍용이 매각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점은 현재 덩치가 너무 크다는 것이고 다시말해 고정비용이 과다한 상황"이라며 "수익에 비해 고정비용이 큰 상황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2000명이상 감원된다는 등의 전제조건이 없다면 인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쌍용차 노조 관계자들이 국회에 탄원서 제출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조재훈 기자
다만 일자리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과감한 몸집 줄이기는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으로 울산에서 직원 1만5000명이 줄어들면서 가족까지 포함해 울산 인구가 5만명이 줄어들었다"며 "대규모 구조조정은 정부와 평택 지자체에서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지난 2009년 당시에도 인적 구조조정으로 2646명이 일자리를 잃고 30명이 유명을 달리한 바 있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쌍용차는 노사 간 합심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지난 17일부터 평택 공장을 시작으로 서울 국회의사당까지 3박4일간 '쌍용차 조기 정상화를 위한 도보 행진'을 벌였다. 노조는 이날 국회에 도착해 쌍용차의 경영정상화 지원 촉구 탄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노조는 탄원서에서 "쌍용차 노사는 지난 2019년 9월부터 복지 중단을 시작으로 2020년 임금 삭감과 서울서비스센터 매각 등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며 "지난달 15일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직후에는 임원의 38%를 감축하고 조직의 23%를 축소하는 등 조직개편을 통해 생존 중심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쌍용자동차가 조속한 시일 내 기업회생절차를 종료하고 국가와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토대가 마련되도록 국회의원 및 국회 관계자 여러분들께 적극적인 협력을 청원드린다"고 강조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