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준석과 최재형

입력 : 2021-05-25 오전 6:00:00
“제일, 정치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제일, 정치인들을 싫어할 것 같은”, “제일, 정치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일반적인 법조계의 시각이다. 그런데, 이런 최 원장이 요즘 ‘국민의 힘’당과 연관된 키워드 중 가장 핫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하 전 최고)과 함께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 추앙하는 정치인(?)이 되어가고 있다. 이게 무슨 조화일까.
 
국민의힘 등에서 최 원장에게 군침을 흘리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현 정부에서 임명한 고위 공직자이자 꼿꼿한 '뼛속 판사 최재형'이 되레 건강한 반기를 들며 투사로서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 학창시절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업어서 등교 시켰다는 등 미담의 주인공이라는 점, 보수적이고 지나치게 핏줄 관련 자긍심이 강한 엘리트 법조인 집안에서 아들 두 명을 모두 공개 입양하여 키웠다는 등의 남다른 스토리다.
 
국민의힘은 이런 스토리가 '꼰대 이미지'에 이기적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현재 국민의힘 이미지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요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고가 길어지면서 피로도가 높아진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아는 최 원장은 딱 거기까지이다. 불쑥 정치판에 뛰어들거나, 국민의 힘에서 내미는 손을 덥석 잡아 퇴임 후 거취를 도모할 성정이 아니다. 최근 최 원장은 국민의힘이 보이는 관심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에게 최 원장이 '입장을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도 단호한 거절이 아니므로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 면전에서 최원장이 최고의 대통령감이라고 추켜세우는 사람도 있었다지만, 그가 정치와는 거리가 멀고 잘 어울리지도 않는다는 것은 그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를 원하는 대중의 요구가 있고 국민의힘에서 그를 정치적으로 소비하고 싶어 한다면, 그것은 기존의 정치문법과 낡은 정치문화에 실망하고 염증을 느낀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갈망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열망은 현재 '진짜 정치인 이준석'을 향한 여러 현상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이 전 최고가 '코인 한다'는 고백 이후 같은 당 김웅 당대표 후보와 나눴다는 문답을 보자.
 
“코인으로 얼마 벌었나”, “선거 몇 번 치를 정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주로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본을 키워오는데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부동산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종자돈이 들어가고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정보가 있어야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돈 없고 빽 없고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자본 축적 수단을 갖지 못한 젊은이들이 부동산을 통해서 부자가 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고, 특히 정부 여당이 대출을 옭죄고 각종 규제의 탑을 쌓는 현실 속에서는 구조적으로 접근조차 불가능하게 되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코인 투자는 너도 나도 똑같이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게 할 뿐 아니라, 누구라도 평등하게 접근하고 공평하게 성공과 실패를 맛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수단이 되었다. 극단적으로는 아주 단순하게 코인을 하느냐 안하느냐로 네 편 내 편을 나눌 수 있고, 상대방이 내 가치관을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지 파악하게 해주며, 기성세대와 신세대를 재빠르게 구분해내는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이 전 최고가 ‘코인에 투자해서 선거 몇 번 치를 정도로 벌었다’고 말한 것은 자신 역시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하였고 똑같은 고민과 딜레마를 안고 있는 동류의 사람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젊은이들에게도 역시 이 전 최고는 새로운 성공모델로 삼기에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요즘 정치는 과거 문법대로 해석하다가는 죽도 밥도 아닌 개밥이 된다. 어디에서나 들어봄직하고 어디에서나 흔히 경험해본 음식을 가지고는 꾸역꾸역 먹고 살 수는 있을지언정, 감동을 주거나 성공하는 대박 음식점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솔직함, 당당함, 위선이나 가식에 대한 날카롭고 시원한 한 방. 자신만의 이런 특제 소스들을  곁들여야 오래 오래 그리고 아름답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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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