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올해 1분기 기업과 자영업자가 금융권에 빌린 돈이 전분기보다 42조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부 서비스업의 자금 수요가 이어지는 등 빚으로 버티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제조업 등에서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갚았던 돈을 다시 빌린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21년 1분기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1분기 중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대출금 잔액은 1435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대비 42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2분기(69조1000억원) 이후 9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지난해 1분기에는 51조4000억원, 2분기에는 69조1000억원으로 불어났다가 3분기 37조8000억원으로 증가세가 한풀 꺾인 바 있다. 4분기에는 27조7000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는 42조1000억원으로 다시 확대됐다. 1년 전과 비교해서는 14.0%(176조6000)억원이 증가하는 등 작년 4분기의 15.4%보다 하락했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전분기에 비해 대출금이 증가한 것은 기업들이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일시 상환했던 자금을 1분기 재취급한 영향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부 서비스업의 자금수요가 이어진데다, 기저효과 등의 영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대출이 전분기 2조2000억원 감소에서 7조1000억원 증가로, 건설업도 7000억원 감소에서 2조4000억원 증가로 전환했다. 제조업은 업황 회복이 지속된 가운데 기업들이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일시 상환한 자금을 재취급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또 서비스업은 28조7000억원에서 31조1000억원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업황 개선이 둔화되면서 자금 수요가 이어진 영향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도 계속되는 상황이다. 서비스업 내에서 도소매업은 7조5000억원, 숙박 및 음식점업은 3조원 늘었다. 서비스업 대출 중에서는 주로 자영업자가 몰린 숙박 및 음식점업, 도·소매업의 비중은 30%가량이다. 이 가운데 자영업자는 16.5%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용도별로는 인건비 등 사업 운영에 쓰이는 운전자금이 25조5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증가액(10조7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시설자금은 설비투자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16조7000억원이 늘었다. 이는 2020년 3분기(13조4000억원) 이후 6개월 만에 최대치다.
업권별로는 예금은행에서 24조8000억원, 비예금은행취급기관은 17조3000억원 늘었다. 비예금은행취급기관은 전년 동기대비 73조8000억원 늘어나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예금은행 중 법인기업 대출액은 2조원에서 14조3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비법인기업은 10조5000억원으로 전분기(10조70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법인기업의 경우 제조업과 건설업 등에서의 연말에 반납했던 일시 상환 자금 재취급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 비법인기업은 자영업자 대출로 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비은행예금은 포함되지 않아 자영업자 빚은 실제 이보다 휠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중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대출금 잔액은 1435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대비 42조1000억원 증가했다. 사진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서울 중구 명동거리 상점. 사진/뉴시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