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삼성증권이 삼성물산으로부터 주주명부를 넘겨받아 주주들을 분석하고, 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 미래전략실 등과 논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삼성 이재용 부회장 재판 핵심증인으로 나온 전직 삼성증권 팀장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논의였다며 이를 누가 지시했는지에 대해서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박정제)는 3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11명에 대한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선 당초 피고인 측 변호인 반대신문이 있을 예정이었으나 검찰의 주신문이 이어졌다.
이번 공판에도 삼성 ‘프로젝트-G’를 작성한 전직 삼성증권 팀장 A씨가 출석했다.
A씨는 물산?모직 합병 의결권 확보를 위해 주주명부를 받아 분석한 것이냐는 검찰 측 질의에 “합병과 같은 이벤트가 있으면 주주명부에 있는 기관이나 개인, 외국계 등 다양한 투자자들을 전반적으로 알아보는 차원에서 분석한다”고 말했다.
결정자가 누구냐는 질의에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검찰은 물산·모직 합병을 반대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에 삼성이 제일모직 자사주를 매입한 이유를 물었다. 선제적 주가 관리를 위한 것이냐는 질의에 A씨는 “고려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였을 것”이라는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검찰은 물산·모직 합병 결의 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에 굳이 제일모직 자사주를 매입한 것이 주주들의 합병 반대를 억제하기 위한 행위라고 보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이 1조5000억원을 넘을 경우 물산?모직 합병이 무산될 수 있던 만큼 제일모직 주가를 주식매수청구 가격보다 높게 유지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 이벤트를 벌였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A씨는 “(모직 자사주 매입은 실제 목적이 드러나지 않기 위한) 대외명분이 아닌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은 2016년 6월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물산?모직 합병을 반대한 이후 같은해 7월 경 미전실과 삼성증권에서 대차잔고 등을 체크하며 공매도 추이를 살펴본 정황을 제시했다.
A씨는 “통상 합병 이슈가 있으면 공매도 수요 등으로 대차잔고가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해 이런 리스크에 대해 논의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날 검찰 측 증인 주신문에 이어 다음 5차 공판에서는 삼성 측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사옥.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