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5가 인근 한 약국의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의약품 매대.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제 '타이레놀' 복용을 권고하면서 약국가에 비상이 걸렸다. 일선 약사들은 수급이 불안정해 타이레놀 재고 여유가 없는데 정부가 제품을 특정한 탓에 동일 성분 복제약을 찾는 손님이 거의 없다고 호소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줄곧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타이레놀을 복용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타이레놀은 얀센이 제조하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제다. 정부 브리핑에서 타이레놀이라는 특정 상품명이 등장하자 대한약사회는 입장문을 내고 "방역당국이 특정 제품의 상표명을 정책브리핑 등 공식 발표에서 지속해서 언급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라며 "특정 제약사의 제품명인 ‘타이레놀’ 대신 반드시 일반명인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안내해달라"라고 주문했다.
대한약사회 입장 표명 이후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회원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원활한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생산과 공급을 당부하는 한편 해당 성분의 의약품이 70여개에 달한다고 알렸다.
관련 단체의 움직임에도 약국가에선 동일 성분의 복제약 대신 타이레놀을 고집하는 소비자들이 대다수다.
원룸, 오피스텔이 밀집한 서울 관악구의 한 약사는 "뉴스나 기사에 타이레놀이 언급된 뒤부터 타이레놀을 찾는 손님이 늘었다"라며 "백신을 맞은 어르신들이 자주 찾았는데 젊은 손님들이 얀센 백신 예약하고 나서는 타이레놀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이 약사는 또 "어떤 약이든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면 효과는 똑같다고 수차례 말하는데도 열에 아홉은 타이레놀만 찾는다"라며 "앞으로는 (브리핑에서) 타이레놀 대신 해열제를 먹으라고 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다른 약사는 타이레놀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데 수요만 커졌다고 호소했다. 그는 "무슨 문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비해 타이레놀 수급이 어려워졌다"라며 "일주일 간격으로 들어왔다 들어오지 않았다를 반복한다"라고 말했다.
대형 약국이 몰린 종로5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 백신 접종 전에는 정기적으로 주문해 공급받을 수 있었던 타이레놀이 최근에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열흘에 한 번 들어온다는 게 이 지역 약국들의 설명이다.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인근 약국에서 근무하는 한 약사는 "타이레놀은 지금처럼 수요가 폭발적이지 않았던 의약품이라 평상시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있었다"라며 "정부가 타이레놀을 언급한 뒤로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열흘까지 재고가 비는 경우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 지역의 또 다른 약사는 "국가 백신 접종 초기에는 타이레놀이 없다고 하면 다른 약국에는 있을 것으로 생각해 빈 손으로 나가는 손님이 많았다"라며 "동일 성분 복제약 복용도 권하는데, 몇몇 손님만 구매하고 대부분은 타이레놀을 찾는다"라고 언급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