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국민의힘 부동산 조사 결국 권익위로 가나

역풍에 자성 목소리…감사원 답변 회신 후 결론

입력 : 2021-06-10 오후 3:47:31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국민의힘이 소속의원 대상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감사원에서 국민권익위원회로 선회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당 외부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조차 '꼼수'라며 회피 의도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된 영향이다. 
 
10일 국민의힘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당 전략회의에서 "감사원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겠지만 만약 어렵다고 하면 권익위를 최우선으로 논의해야 하지 않냐"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9일 감사원에 국민의힘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의뢰했다. 국민의힘은 권익위가 조사 전문기관이 아닌 만큼 부실한 조사 우려와 민주당 출신이 수장으로 있는 권익위의 정치 편향성을 이유로 감사원 의뢰를 강행했다. 현재 국민의힘은 감사원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만약 감사원이 공식 답변을 통해 안 된다고 한다면 우선 다른 당들이 한 수준으로 조사를 받을 것"이라며 "회피할 이유가 없는 만큼 권익위에 전수조사를 의뢰하는 것과 그 보다 더 제대로 강도높게 조사받을 방법이 있다면 그것까지 함께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국민의힘이 감사원 의뢰 강행에서 권익위 조사로 방향을 바꾼 것은 국민의힘을 향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 것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비교섭단체 5당까지 권익위에 조사를 의뢰하면서 '국민의힘이 당당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져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맹공을 펼치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이 입법부와 사법부 공무원을 감찰한다는 것은 삼권분립에 위반된다"며 "최재형 감사원장이 대선 후보로 거론되니까 그렇게 한다는 것은 얄팍한 정치적인 관점이고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자신들이 당당하고 거리낄게 없으면 어느 기관이나 내면 되는 것 아니냐"며 "감사원법을 바꿔서라도 하자는 말이 나오는 것 같은데 비겁하다 못해 찌질하다"고 일갈했다.
 
무엇보다 당 내부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을 비롯한 중진 의원들이 나서서 권익위 조사를 못 받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경태 당대표 후보는 "우리 당도 권익위에 철저한 조사를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홍문표 후보도 "감사원에서 다루는 게 좋지만 법리상 어렵다면 권익위의 조사를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역시 "국민의힘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권익위의 부동산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장재원 국민의힘 의원 역시 "아직도 보궐선거 승리의 달콤함에 빠져있는 건가"라며 "국민들은 뭔가 찔려 시간을 끌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원 조사의뢰를 조속히 철회하고 합리적 조치를 취해달라"라고 덧붙였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도 "이 정권의 그간 행태로 '중립적인 조사가 이뤄질지',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면서도 "중립적인 감사원에 의뢰한 것은 이런 연유지만 지금 우리가 국민들께 보여드려야 할 것은 여당보다 더 엄정한 조사를 받겠다는 확고한 의지"라고 했다. 이어 "감사원이 마다한다면 다른 곳이라도 찾고, 전광석화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감사원 답변 결과를 받고 결론을 낼 전망이다. 권익위의 전수조사 결과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조차 권익위 조사에 문제가 있음을 비판하고 있지만, 일단 다른 당들과 같은 수준으로 맞춰야 의혹 시선을 떨칠 수 있어서다. 
 
10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소속 의원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감사원에 의뢰하자 당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강민국 원내대변인, 전주혜 원내대변인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국민의힘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의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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