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한글과컴퓨터(030520)그룹(한컴)이 투자한 토큰으로 주목받았던 아로와나토큰을 발행하는 아로와나테크의 대표가 최근 논란 속 사퇴했지만, 회사 등기에는 여전히 대표로 이름이 올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아로와나테크는 페이퍼컴퍼니 의혹에 이어 잦은 백서 변경 등으로 논란을 겪자 대표까지 사퇴하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대표가 바뀌었음에도 아로와나토큰을 발행한 싱가포르 회사 아로와나테크의 등기에는 바뀐 대표가 아닌 예전 대표가 여전히 등재돼있어 다시금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파트너사와 아로와나테크의 2대 주주(한컴 싱가포르)가 변경됐는데도 제대로 공시하지 않고 있어 이를 검증하는 역할을 하는 거래소 ‘빗썸’도 사실상 상황을 방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아로와나 백서 0.95 버전(왼쪽)과 0.96버전(오른쪽). 지난 5월 25일자 0.95버전에선 아로와나테크 윤성호 대표 이력에 '한컴 금거래소 전무'를 추가하고 전략 파트너 박경봉(티모넷 R&D센터 연구소장)을 서원준(한컴 인텔리전스 인공지능 연구소장)으로 대체했다. 이후 6월3일 나온 0.96버전 백서에는 정종갑씨가 아로와나 대표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같은날 싱가포르 기업등록청 자료에는 윤성호가 대표이사로 여전히 등재돼있다.
아로와나테크가 심사보고용으로 제출한 백서 0.95버전과 상장 공지 직후 게시한 백서 0.95버전의 내용. 5월8일 홈페이지에서는 비즈니스파트너에 'TMOMET'이 있었으나, 25일 홈페이지에 나온 백서 0.95버전에서는 이 회사가 빠져있다. 백서의 중요 내용이 변경됐음에도 불구하고 백서 버전은 0.95로 동일하다.
6월3일 아로와나재단이 갱신 발표한 백서 0.96버전. 비즈니스 파트너에서 '티모넷'에 이어 '온페이스'가 삭제됐다. 한편 아로와나테크의 등기부등본에는 귀금속 악세사리몰 '몰리즈' 브랜드의 소유주인 IBC쥬얼리(아로와나금쥬얼리로 상호변경)가 등재됐다.
윤 전 대표, 등기상 여전히 아로와나테크 대표 자리에
윤 전 대표는 싱가포르에 설립된 아로와나테크의 최대 주주(95% 지분보유)이자 한컴 그룹 회장 일가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인물로,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사업 관련 이력이 전혀 없다는 점이 발견돼 논란이 일자 결국 지난 26일 사퇴했다.
지난 3일 한컴은 아로와나토큰을 주도하는 주체라는 점을 강조하며 최근의 각종 의혹을 불식시키고자 '아로와나 디지털 골드 바우처 서비스'를 사전 공개하며 오는 30일 베타서비스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가상자산 거래소와 자사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수정된 버전의 백서 0.96을 공개했다. 이날 아로와나토큰 시세는 40% 이상 급등했고, 아로와나테크에 지분투자한 한컴 그룹사인
한컴위드(054920)의 주가도 10% 가까이 올랐다.
6월3일 싱가포르기업청에서 뗀 등기부등본. 해당 등본에는 대표이사를 사퇴한 윤성호씨가 여전히 아로와나테크 대표로 기재돼있다. 또한 아로와나테크의 2대주주였던 한컴 싱가포르가 사라지고 대신 동일한 주식수를 보유한 주주로 IBC쥬얼리 업체가 등재돼있다. 그러나 이 내용에 대한 공시는 전혀 없었다.
0.96버전 백서를 보면 아로와나테크 대표가 한컴위드 연구소장을 역임 중인 정종갑으로 변경됐고, 프로젝트 멤버도 한컴과 관련 있는 관계자들로 전원 변경됐다. 문제는 전 윤성호 대표가 아직도 등기부등본엔 버젓이 아로와나테크 대표로 등재돼있다는 점이다. 6월3일 싱가포르기업청에서 발급받은 자료를 보면 아로와나테크 대표에 윤성호씨가 그대로 대표직함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아로와나테크가 설립된 곳은 싱가포르로, 이 주소지에는 400여개의 회사가 본사지로 등록해 같은 주소를 쓰고 있어 페이퍼컴퍼니 의혹이 불거졌다. 그런데 페이퍼컴퍼니 논란 이후 개정한 0.96버전 백서에선 법인등기에도 올라와있지 않은 대표를 백서에 허위 기재한 셈이 됐다.
한컴그룹이 아로와나테크 지분 대부분을 가지고 있고, 윤성호 전 대표가 사실상 ‘바지사장’ 노릇을 했고, 여전히 한컴 그룹 일가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 인물이라는 의혹에 대한 한컴측의 명확한 해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한컴 금거래소와의 연계 계획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6월3일 한컴이 '아로와나 디지털 골드 바우처 서비스'를 이달 30일 베타버전으로 선보인다고 발표하면서 한컴 관련주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7일 기준 한컴위드는 최고가 1만2250원으로 11.87% 상승했고, 같은날 한컴은 2만6650원으로 26% 급등했다.
윤성호 전 아로와나테크 대표의 행적을 살펴보면 한컴일가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는 김상철 한컴 회장의 아내 김모씨가 운영하는 프라움악기박물관 부관장으로 재직했다는 정도까지 알려져있는데 이 외에도 그는 2013년 11월부터 국제로타리클럽에 가입해 활동했다. 김상철 회장의 경우 지난 2015년 7월 국제로타리클럽의 지회인 3640지구의 총재를 맡은 바 있다. 또 윤 전 대표는 2019년 4월부터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의 사내이사로 활동 중이다.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의 주요주주 중 하나는 한컴그룹이며 그룹의 차남 김모씨가 감사로 올라있다. 차남 김모씨는 현재 프라움 레스토랑 대표도 역임중이다.
일각에서는 윤 전 대표가 선학골드유(한컴 금거래소 전신) 인수 과정에서 금 관련 전문가로 활약하며 김 회장과 본격 연을 맺었다고 하지만 오히려 한컴 금거래소에서는 아무 지위도 없는 반면, 금융 관련 회사에서 직위를 가지고 경영 참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임원현황 공시를 보면 윤성호 전 대표는 현재 사내이사로 올라가 있는데 주요 경력은 임원들 중 유일하게 미기재된 상태다.
아로와나테크 2대주주, 한컴싱가포르서 IBC쥬얼리로 바뀌었지만 공시는 '깜깜이'
이뿐만 아니라 아로와나테크의 2대 주주였던 한컴싱가포르가 아로와나코인 지분을 최근 처분한 점도 확인됐다. 우선 지난 4월26일과 6월3일경 싱가포르기업청에서 취득한 아로와나테크의 사업 관련 내역을 보면 '주주 구성'이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4월에는 한컴싱가포르가 500주, 윤성호 전 대표가 9500주로 주주였으나 6월에는 윤성호 전 대표 9500주, 새롭게 등장한 ‘IBC쥬얼리’라는 업체가 5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997년 설립된 이 업체는 한컴 파트너사 몰리즈(MOLLIS)와 같은 회사로, 최근 ‘아로와나금쥬얼리’로 사명을 변경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같은 계열사라 하더라도 법인이 다르면 자산(지분) 처분시 회계처리를 별도로 하지만 이러한 변경에 대한 공지를 전혀 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IBC쥬얼리(아로와나금쥬얼리)에 등재된 임원들이 대다수가 아로와나테크 임원들에 속해있는 점도 확인됐다.
아로와나토큰 백서에 따르면 현재 개당 4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는 아로와나토큰 발행량은 5억개로, 전체의 30% 정도는 발행사의 몫이다. 즉 발행사인 아로와나테크는 아로와나토큰을 약 30%(1억5000만개) 보유할 수 있다. 한편 현재 한컴싱가포르가 보유한 아로와나테크 지분은 5%다. 금액으로는 500싱가포르달러(약 42만원)에 불과하나 아로와나토큰에 대한 한컴싱가포르의 몫을 따져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아로와나테크가 보유한 아로와나토큰(1억5000만개)의 5%를 계산해보면 약 750만개에 달한다. 다시 말해 한컴싱가포르가 750만개의 코인을 확보하게 된 것인데, 이것을 IBC쥬얼리(아로와나금쥬얼리)에 그대로 이관할지도 관심사다.
한컴 및 아로와나테크 관련 내부사정에 정통하다는 한 관계자는 "중요한 내용이 변경됐음에도 이를 공시하지 않고, 페이퍼컴퍼니회사를 설립해 마치 싱가포르에 소재한 기술업체인 것처럼 과장허위 홍보를 했다"며 "한컴위드가 싱가포르 소재 암호화폐 관련 테크기업인 '아로와나테크에 지분을 투자했다'면서 한컴의 브랜드를 믿고 신뢰한 투자자들을 속이고 '아로와나토큰'을 발행, 상장해 판매한 것은 치밀하게 기획된 자작 사기극이라고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컴 관계자는 "등기 변경이 진행 중인데 현 정종갑 아로와나테크 대표의 여권기한 만료 등 개인적 사유로 늦어지고 있으며, 조만간 수정 반영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2대주주가 IBC쥬얼리(아로와나금쥬얼리)로 변경된 것과 관련해서는 "한컴 싱가포르는 사실상 사업을 주도할 회사로 IBC쥬얼리가 맞다고 판단해서 변경했다"면서 "IBC쥬얼리는 한컴그룹이 인수한 계열사이며 주요한 금 수요처이자 금 기반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로서, 금거래, 유통 등 사업을 전담해 아로와나재단과 같이 사업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등기에 IBC쥬얼리로 (2대주주를) 변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관계자는 "변경 사항 등 공시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관리하는 게 아니라 쟁글을 통해 참고해서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암호화폐 전문 공시 플랫폼 쟁글 관계자는 "아로와나재단 측에 지난주쯤 변경 사항에 대한 공시요청을 했고, 재단쪽에서 이번주 중으로 입장정리해서 올리겠다고 해 기다리는 상태다. 10일에도 재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