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이 국내 조선 3사 중 올해 가장 부진한 수주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우려는 크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익성 강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는 데다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연초 세운 목표치는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27억달러 수주에 성공하며 연간 목표 77억달러의 35.6%를 달성했다. 경쟁사들에 비하면 뒤처지는 모습이다.
한국조선해양(009540)은 108억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목표의 72.5%를 채웠고
삼성중공업(010140)도 59억달러를 주문받으며 64.8%를 달성했다.
현재 세계 선박 발주 시장은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호황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세계 선박 수주량은 1907만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9% 증가했다. CGT는 선박 건조 시 작업량을 말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선박 발주가 683만CGT에 그쳤으며 2019년에는 1301만CGT를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발주가 넘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업계에선 대우조선해양이 전략적으로 수주에 나서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올 하반기부터 시작될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물량 대거 수주를 노린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1도크. 사진/대우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처럼 대우조선해양도 LNG 선박 기술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LNG와 기존 연료를 함께 쓰는 이중연료 추진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에는 30만톤(t) LNG 이중연료 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0척을 한꺼번에 수주하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수주한 26척 중 21척이 이중연료 추진선이다.
2년 이상 일감을 확보해 도크(선박 건조 작업장)가 대부분 찬 경쟁사와 달리 상황이 여유로운 것도 카타르 물량 수주에서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선박 가격도 계속해서 오르면서 상반기 수주보다는 하반기 수주에 집중하는 게 수익성 강화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5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36.1포인트로, 6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2014년 12월 137.8포인트 이후 최고치이기도 하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불황기의 짧은 잔고는 오히려 신조선가가 상승한 물량을 1~2년 후 슬롯에 채울 수 있어 장점"이라며 "컨테이너선 발주 사이클은 정점을 지났지만 회사는 하팍로이드(Hapag-Lloyd)와 짐(Zim) 등의 옵션으로 후속 수주가 남았고 하반기 LNG선, 탱커 시황 회복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채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과의 합병을 앞두고 있어 대우조선해양이 수주에 소극적으로 나선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19년 이후 시황 악화와 현대중공업그룹과의 인수합병이 맞물려 적극적 수주에 나서긴 어려웠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