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전기차, 수소차 등을 중심으로 자동차산업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기술개발과 산업구조 전환을 제약하는 규제환경 개선은 더디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7일 '제5차 미래산업포럼'을 열고 국내 자동차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현황을 점검하고, 정부에 과감한 정책 지원과 규제완화를 요청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당면한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을 위한 자동차업계의 노력에 힘을 실어줘야 할 제도와 정책,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디지털 전환 현황과 전략에 대해 발표한 이제원 딜로이트컨설팅 파트너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준비, 실행, 확산, 정착의 4단계 중 2단계인 실행에 근접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타 업종에 비해 디지털 전환에 대한 노력을 일찍 시작 했지만, 자동차의 개발과 생산, 판매가 수직으로 이어지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적 특성상 급격한 기술변화와 업종간 융복합에 신속히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산업 디지털 전환 수준. 표/대한상의
이어 자동차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과 탄소중립을 주제로 발표한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친환경차의 보급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은 전체 산업의 0.5% 수준으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며 "반면 자동차를 운행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국가 전체 배출량의 10%에 달하는 만큼 친환경차의 보급·확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본부장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 수소차 같은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것이 우선과제이지만 단기간에 쉽지 않은 만큼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주행효율 향상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석인 산업기술대 석좌교수는 미래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프라확충과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에 대해 언급했다. 장 교수는 "현재 전기차 충전인프라 시설 대부분이 공공?관광시설 및 고속도로 휴게소에 집중돼 있고 주거용 개인충전기 보급률은 25.1%에 그쳐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쳐지는 상황"이라며 "공공장소 중심의 충전인프라 구축 정책을 아파트 등 일반 소비자가 접근하기 좋은 지역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국내 근로기준법이나 파견법 등의 노동관계법이 지나치게 경직적으로 규정돼 있어 자동차산업의 선제적 구조전환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자동차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해법이 무엇인지 노사와 정부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이후 진행된 자유토론에서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운영위원장은 "자동차산업이 미래 모빌리티로 급속하게 전환되고 있지만,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자동차 부품업계는 개별적인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래차 중심로 사업구조 전환을 추진하는 중소 부품기업에게는 맞춤형 연구개발 지원이나, 미래차 부품 개발을 위한 장기저리 금융지원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끝으로 이재관 한국자동차연구원 본부장은 "자율주행은 완성차, 부품, 플랫폼서비스, 통신 등 다양한 업종의 기술이 융합되어 완성되는 제품”이라며 "완성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실증사업이 중요한데 국내 실증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규제와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