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고 홍정기 일병 '순직 유형' 변경 신청 기각

군인권센터 "홍 일병 사망 구분 순직 2형으로 다시 심사"
유족 측 "훈련 상황 중 환자 방치"…국방부 "훈련 원인 아냐"

입력 : 2021-06-17 오전 11:54:07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뇌출혈이 발생했지만 군에서는 감기약을 처방하는 등 군 내 의료과실로 사망한 고 홍정기 일병에 대한 유족의 순직유형 변경 신청을 국방부가 기각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17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는 유족 앞에 사죄하고 홍 일병의 사망 구분을 순직 2형으로 다시 심사해야 할 것"이라며 "기각은 사망에 대한 군 책임을 부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일병은 지난 2015년 8월 입영해 2016년 3월24일 급성 골수성 백혈병 발병에 따른 뇌출혈로 사망했다. 2016년 3월6일부터 22일까지 지속적으로 두통, 구역질, 구토,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군 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다. 이후 민간병원에서는 홍 일병에게 혈액암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군에 전달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홍 일병은 22일 오전 9시에서야 빈사상태로 간 국군춘천병원에서 백혈병 가능성이 높고 뇌출혈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아 대학병원으로 후송됐지만, 24일에 결국 숨졌다.
 
이에 육군 보통전공사망심사위원회는 2016년 9월 홍 일병을 '순직 3형'으로 분류했다. 군인사법 제54조의2 제1항 2호에 따르면 순직 3형은 '국가수호· 안전보장, 국민의 생명·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질병 포함)'으로 규정돼있다.
 
순직 2형은 '국가수호·안전보장,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질병포함)'으로 규정된다.
 
유족은 군 훈련 상황 중 관리 부실로 사실상 환자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해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위원회는 1년여의 조사 끝에 지난 2020년 9월 △군이 홍 일병의 심각한 상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점 △외부 병원 진료 요청도 하지 않고 영내에 대기시킨 점 △지휘부가 훈련기간을 이유로 병색이 완연한 홍 일병을 훈련에 참여시킨 점 △훈련이 끝난 시점에서야 외부 병원에 보낸 점 등으로 미뤄볼 때 군의관의 직무유기와 지휘부의 잘못됐다고 판단해 효과적인 진료를 방해해 사망을 야기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유족은 다시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 순직 유형 변경을 신청했으나 지난 3월 국방부는 입장 변경 없이 기각 결정을 내렸다.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군 복무로 인해 악화된 것은 인정하지만, 교육훈련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기각 결정의 주요 내용이다.
 
군 인권센터는 "국방부와 보훈처는 유족들을 생떼를 쓰며 나랏돈을 받아먹으려는 파렴치한 사람으로 취급하기도 한다"면서 "대한민국은 장병들을 건강한 모습으로 데려가 주검으로 돌려보내놓고도 책임이란 것을 모른다"고 비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17일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고 홍정기 일병 순직 유형 변경 신청 기각 처리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표진수 기자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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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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