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해운업 호황으로 선박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는 가운데, 올해 들어 경쟁국과의 격차까지 계속해서 벌어지면서 한국 조선사들이 당분간 저가 수주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신조선가지수는 136.1포인트로 6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2014년 12월 137.8포인트 이후 최고 수준이기도 하다.
조선사들의 수주는 지난해 말부터 늘긴 했지만 올 초까지만 해도 일감을 확보하기 위한 '저가 수주' 성격이 강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선가는 전년 말보다 4~5% 낮은 수준이었다. 국내 조선업체들의 주력 선종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지난해 10월 말 가격은 6개월 전보다 600만달러 낮은 척당 8500만달러였다.
같은 기간 수에즈막스(S-Max)급 선박 가격도 6050만달러에서 5600만달러로 하락했다. 2만TEU(6m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이상 컨테이너선 10월 가격도 4월 말 대비 250만달러 떨어진 1억4250만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해운 시황이 좋아지고 세계적으로 선박 주문이 계속해서 늘면서 최근에는 꾸준히 선가가 오르는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도 이미 2년 6개월 치 일감을 확보하면서 급하게 수주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다.
세계적으로 선가가 계속해서 오르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이 경쟁국과의 격차를 계속해서 벌리며 당분간 저가 수주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VLCC. 사진/현대중공업
특히 한국의 주력 선종인 VLCC, S-max 유조선 등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인다. 지난 5월 VLCC는 전달보다 200만달러 오른 1억2250만달러를 기록했고 S-max 유조선은 100만달러 오른 6300만달러로 나타났다. 또 다른 주력 선종인 LNG(액화천연가스)선 역시 100만달러 오른 1억89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의 경우 중국, 일본과 비교해 올해 들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더욱 높아진 점도 선가 상승에 보탬이 되고 있다.
한국은 지난달 전 세계 선박 수주량 242만CGT(89척) 중 142만CGT(40척), 점유율 59%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는데 이는 중국과 일본의 수주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CGT는 선박 건조 시 필요한 작업량을 말한다. 같은 기간 중국은 88만CGT(37척)로 36%, 일본은 11만CGT(5척)로 5%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주력 선종인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가스 운반선의 경우 발주된 선박 대부분을 한국이 쓸어 담았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현재까지 VL탱커(VLCC), 수에즈-아프라막스 탱커, 174K급 이상 LNG선과 84K급 대형 LPG선과 20~40K급 중형 LPG선 수주 실적에서 한국 조선업의 비중은 사실상 100%를 달성했다"며 "선박 연료가 달라지고 추진 기술이 진화하면서 전 세계 선주사들이 한국 조선소에 선박 발주를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쟁국과 비교해 한국 업체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선가는 당분간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선박 발주는 하반기에 더욱 많고 조선 업황도 슈퍼 사이클(호황)에 진입하면서 내년까지 선가는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