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할 때마다 방이 좁아지네요.”
울산에서 올라와 서울살이를 하는 20대 후반 A씨가 한숨을 내쉬며 토로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쯤 서울 관악구 일대에서 원룸을 겨우 구했다. 한창 전세난이 심할 때 발품을 팔았던 터라, 전에 살던 전셋집보다 1000만원 더 비싼 값에 계약했다. 돈을 더 들이고도 방은 외려 좁아졌다.
지난해 하반기, 전세난이 부동산 시장을 덮쳤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세입자 보호를 위한다는 임대차2법이 시행되면서다.
가격 상승에 예외는 없었다. 아파트든, 빌라든, 혹은 오피스텔이든 상관없이 전셋값이 전방위적으로 고공행진했다. KB국민은행이나 부동산114 같은 민간 기업의 조사뿐만 아니라 한국부동산원과 같은 국가 기관의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조사 기관이 공개하는 그래프는 여전히 상승곡선을 그린다. 일부 자료에서는 그래프 경사가 가팔라지는 양상도 나타난다. 전세난은 현재 진행형이다.
수요자들이 체감하는 전세대란은 청년층일수록 더 심각하다. 전셋값은 수천만원씩 뛰는데, 이들이 마련할 수 있는 자금에는 한계가 있다. 최소 보증금으로 잡아도 1억원이 우스운 전셋방을 구하기 위해선 금융권 대출이 불가피하다. 대출이 나오지 않는 나머지 금액은 청년들이 마련해야 한다. 그간 사회생활을 하며 모아둔 예적금을 ‘영끌’한다.
이런 상황에서 보증금이 오르면 청년들의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로 제한된다. 전세 시세가 더 싼 곳으로 눈을 돌리거나 월세 내지 반전세 매물을 찾거나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주거비 지출을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월세나 반전세가 아닌 싼 전세를 찾아 이사를 가는 것이다. 경기 분당구에 거주하는 30대 초반 B씨는 이런 과정을 거치다 도심에서 외곽으로 밀려났다. “몇 달 뒤면 계약이 끝나는데 어디까지 벗어날지 모르겠다.” B씨의 목소리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전세 시장에 섣불리 진입하지 못하고 부모와 함께 사는 30대도 상당하다. 주거 자립을 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가격 부담이 상당하다는 게 이들의 걱정이다. 독립은 포기하고 결혼 전까지 얹혀살겠다는 이들도 다수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세난의 원인으로 공급 부족을 꼽는다.
이런 가운데 여당은 매매 시장 안정화를 명분 삼아 임대사업자 규제에 나섰다. 이 제도가 다주택자들의 투기 수단이 됐으니,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여당은 건설임대는 유지하지만 매입임대는 신규 등록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은 등록 말소 후 6개월만 인정되고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혜택은 의무 임대기간 이후 바로 없앤다. 민간 임대 공급을 책임지던 임대사업자들에게 매물을 빨리 팔라고 경고를 보낸 셈이다.
임대물량 처분은 전세 공급 감소로 이어진다. 매매 시장을 잡다가 전셋값에 다시 불을 붙이는 격이 될 수 있다. 두더지잡기식 규제는 또 다른 풍선효과를 낳는다. 부동산 시장은 4년 동안 그런 전철을 밟았다.
시장을 규제하고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통하지 않는다. 정책 부작용으로 충분히 입증이 됐다. 지금 필요한 건 정상적인 시장의 순환이다. 민간의 순기능을 인정하는 게 그 첫걸음이다. 시장은 악이 아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