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민영화)보아뱀 하나금융 코끼리 우리금융 삼킬까

'하나금융', 우리금융 인수 유력
정치적 시비 이겨내고 인수방법 해결해야..주식 맞교환 방식될 듯

입력 : 2010-07-30 오전 10:58:41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우리금융(053000)지주의 매각 방안이 제시되면서 금융사간 인수경쟁이 본격화됐다. 금융권에서는 유력한 인수자로  하나금융지주(086790)를 꼽고 있다.
 
◇ 덩치 키워야 경쟁에서 살아남아
 
하나은행 직원은 스스로를  "한국의 HSBC은행"이라고 부른다.  하나은행(H), 서울은행(S) 보람은행(B) 충청은행(C)등의 앞글자를 따 그런 이름이 붙였다. 끊임없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해 온 만큼 다른 은행 인수에도 자신감이 있다는 표현이다.
 
하나금융은 작년부터 공공연하게 인수합병을 거론해왔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M&A에 대해 항상 열려있다. 좋은 조건이 나오면 인수합병에 나서는 건 당연하다"고  얘기해왔다.
 
하나금융의 한 임원도 "M&A를 통해 성장한 회사는 맞지만 우리금융과 관련해 뭐라 말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면서도 "대내외적으로 계속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같이 하나금융이 인수합병에 적극적인 건 시중 금융사 중 자산규모가 제일 작아 경쟁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신한지주(055550), KB금융(105560)이 모두 300조원대 자산인데 반해 하나금융만 190조원 대여서 대형 금융회사를 인수하지 않고는 치열한 금융권 전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만약 196조원대의 하나금융이 우리금융(310조원)을 인수하면 자산규모 500조원대 이상의 1위 금융지주사가 탄생하게 된다. 자산규모가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삼키는 일명 '보아뱀 M&A'가 성사되는 것이다.
 
◇ '정치적 특혜 시비' 극복이 '관건'
 
원래 우리금융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곳은 KB금융이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회장으로 내정되자마자 "우리금융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승유 회장은 "상대편이 있는 M&A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M&A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어 회장은 이후 내정자 신분에서 KB금융 내부 사정을 보고 받은 후 "앞으로 2년간 M&A에 나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매각일정이 나온 상황이니  '어 회장이 다시  M&A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잦은 말 바꾸기'에 대해서 먼저 해명하는게 순서처럼 보인다.
 
의외로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을 문제 없이 인수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정치적 특혜' 논란이다. 
 
특히 김승유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 동기(고대 경영학과 61학번)란 점이 의외의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이외 자사고인 하나고등학교 건립, 미소금융사업 등 많은 부분에서 하나금융이 정부당국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을 분리 매각해 인수자 부담을 덜어주기로 한 부분도 "특정 금융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비가 나올 수 있다.
 
◇ 주식 맞교환 방식 유력
 
인수방법도 문제다. 원칙적으로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가진 지분 56.97%를 전부 인수하는 게 맞지만 대략 5조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지난 주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우리금융 인수와 관련해 "내부조달 금액은 최대 3조5000억원 정도로 보고 있지만 최대 2조원까지는 내부에서 동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 정도로 자금으로도 인수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주식 맞교환 방식의 합병을 점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 보유 지분 중에서 일부 지분을 국민연금 등 재무적 투자자들에 매각하고 나머지 20~30%의 잔여 지분을 다른 지주사와 합병을 추진하는 방식이, 자금동원력 열세인 하나금융의 유력한 합병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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