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덩치 키워야 경쟁에서 살아남아
하나은행 직원은 스스로를 "한국의 HSBC은행"이라고 부른다. 하나은행(H), 서울은행(S) 보람은행(B) 충청은행(C)등의 앞글자를 따 그런 이름이 붙였다. 끊임없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해 온 만큼 다른 은행 인수에도 자신감이 있다는 표현이다.
하나금융은 작년부터 공공연하게 인수합병을 거론해왔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M&A에 대해 항상 열려있다. 좋은 조건이 나오면 인수합병에 나서는 건 당연하다"고 얘기해왔다.
하나금융의 한 임원도 "M&A를 통해 성장한 회사는 맞지만 우리금융과 관련해 뭐라 말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면서도 "대내외적으로 계속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같이 하나금융이 인수합병에 적극적인 건 시중 금융사 중 자산규모가 제일 작아 경쟁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만약 196조원대의 하나금융이 우리금융(310조원)을 인수하면 자산규모 500조원대 이상의 1위 금융지주사가 탄생하게 된다. 자산규모가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삼키는 일명 '보아뱀 M&A'가 성사되는 것이다.
◇ '정치적 특혜 시비' 극복이 '관건'
원래 우리금융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곳은 KB금융이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회장으로 내정되자마자 "우리금융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승유 회장은 "상대편이 있는 M&A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M&A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어 회장은 이후 내정자 신분에서 KB금융 내부 사정을 보고 받은 후 "앞으로 2년간 M&A에 나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매각일정이 나온 상황이니 '어 회장이 다시 M&A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잦은 말 바꾸기'에 대해서 먼저 해명하는게 순서처럼 보인다.
의외로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을 문제 없이 인수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정치적 특혜' 논란이다.
특히 김승유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 동기(고대 경영학과 61학번)란 점이 의외의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이외 자사고인 하나고등학교 건립, 미소금융사업 등 많은 부분에서 하나금융이 정부당국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을 분리 매각해 인수자 부담을 덜어주기로 한 부분도 "특정 금융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비가 나올 수 있다.
◇ 주식 맞교환 방식 유력
인수방법도 문제다. 원칙적으로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가진 지분 56.97%를 전부 인수하는 게 맞지만 대략 5조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지난 주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우리금융 인수와 관련해 "내부조달 금액은 최대 3조5000억원 정도로 보고 있지만 최대 2조원까지는 내부에서 동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 정도로 자금으로도 인수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주식 맞교환 방식의 합병을 점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 보유 지분 중에서 일부 지분을 국민연금 등 재무적 투자자들에 매각하고 나머지 20~30%의 잔여 지분을 다른 지주사와 합병을 추진하는 방식이, 자금동원력 열세인 하나금융의 유력한 합병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