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부는 여성 리더십 바람

사외이사 늘리고 리더 육성 프로그램 신설…ESG 배점 확대·남성중심 이미지 탈피 모색

입력 : 2021-06-24 오후 4:19:52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금융지주·은행들이 여성 리더십을 확산시키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양성평등 정책 확대로 추진 중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전략 중 지배구조(G)와 관련한 배점 요소를 늘리면서 남성 중심 조직문화가 강하다는 꼬리표를 떼어내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하나은행은 지난 2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새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고 24일 밝혔다. 최 후보는 한국소비자학회,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등 학회 회장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위원 등 금융권 이력도 상당하다.
 
최 후보가 합류하면 사외이사 6명 중 2명이 여성으로 구성된다. 전체 이사회 구성원은 기존 8명에서 9명으로 늘어난다. 최 후보는 여성이자 금융소비자 보호 전문가로써의 이사회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은행 관계자 "7월9일 은행 주주총회를 열어 최종 선임할 계획이며, 신설할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 운영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시중은행 최초로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신설한 데 이어 최근 정관 개정을 통해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 도입을 앞뒀다.
 
하나은행의 여성 리더의 확대 움직임은 지주사인 하나금융지주(086790)에서도 관측되는 등 금융권 전반에 확산하는 분위기다. 하나금융은 차세대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하나 웨이브스(Hana Waves)'을 신설하고, 16일 출범식을 가졌다. 34명의 리더들은 연말까지 그룹 멘토링, 온라인 경영학 석사과정(MBA) 등 프로그램을 이수 받게 된다.
 
우리은행도 여성 리더 양성 프로그램인 '우리 윙(WOORI WING)'을 신설해 18일 발대식을 진행했다. 과장부터 부장(지점장)까지 60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신한지주(055550)는 2018년부터 '신한 쉬어로즈(Shinhan SHeroes)'를 운영해 지난해까지 총 143명의 여성 리더를 배출했다. KB금융(105560)은 '위(WE) 스타 멘토링'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권 변화에는 ESG 경영 평가의 중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 연기금, 기관투자자들은 은행의 비재무적인 경영 요소와 성과에 따라 투자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국내 발전회사에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는 석탄발전 투자의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올 들어 ESG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다만 친환경, 사회공헌과 같이 당장 구체화할 수 있는 영역에 치중했는데, 이젠 지배구조 부문 평가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는 양성평등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양상이다. 2018년 은행권 채용 비리 사태에서 불거졌던 여성 지원자 차별 이슈도 무관하지 않다는 견해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ESG 경영 외에도 디지털 전략과 관련해 보다 다양하고 유연한 사고가 조직 내에 퍼져야 한다는 인식이 크다"면서 "조직 축소, 직제 간소화 등 은행들이 올초 유사한 개편안을 꺼내 든 것도 같은 방향"이라고 부연했다.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여성 리더십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하나은행 광화문역지점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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