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코로나19가 확산한 후 장애인 신체·정신 건강이 모두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확산으로 외출, 돌봄서비스 등을 받기 어려웠던 점 등이 작용한 것이다. 특히 장애인 5명 중 1명 꼴로 돌봄서비스 중단에 따른 불편을 겪는 것으로 집계됐다.
24일 국립재활원이 발표한 '장애인의 코로나19 경험과 문제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 14.7%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새로운 건강문제가 생기거나 건강이 악화됐다. 이는 비장애인보다 4.8% 높은 수치로 7명당 1명 꼴이다.
장애인에게 발생, 악화된 질환은 근골격계 질환이 36.6%로 가장 많았다. 정신 질환은 27.3%, 당뇨병은 10.1% 순이었다.
반면, 건강 악화로 진료를 받은 장애인 비율은 36.8%로 비장애인 52.5%보다 낮았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돌봄서비스 등이 중단되면서 의료접근이 힘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돌봄서비스를 받아왔던 장애인 중 18.2%의 서비스가 중단되는 경험을 한 것을 나타났다.
연구 설문조사 결과 돌봄서비스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대한 불안감'으로 중단된 사례가 44.1%로 가장 많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워 기피'한 사례는 21%였다.
돌봄서비스 중단으로 장애인은 물론 그 가족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서비스 중단 이후 장애인의 58.7%가 '가족의 돌봄 부담이 늘어났다'고 답했다. 다른 불편 사항으로는 '외출이 어려움'이 36.4%, '식사준비 어려움'이 25.9% 순으로 집계됐다.
정신건강과 관련해서는 외로움과 우울감, 불안이 심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이 장애인이 44.6%로 비장애인보다 8.5%p 높게 나타났다. 매우 많이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도 16.7%로 비장애인보다 10.8%포인트 높았다.
우울감을 느낀 장애인 비율은 38.2%로 비장애인보다 1.9%포인트 낮았으나, 매우 많이 느끼는 비율은 장애인이 13.1%로 비장애인보다 6.5%포인트 높았다.
불안을 느낀다고 답한 장애인 비율도 60%로 비장애인보다 1.9%포인트 낮았으나, 매우 많이 느낀다고 답한 장애인 비율은 13.1%로 비장애인보다 6.5%포인트 높았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코로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생활을 하기 위한 예방수칙 준수도 힘들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장애인의 예방수칙 준수율이 가장 낮은 항목은 '소독하기 79.3%', '거리유지하기 80.3%', '눈·코·입 만지지 않기 83.6%' 등의 순이다.
코로나19 관련 정보습득과 관련해서는 장애인 22.4%가 '어렵다'고 답했다. 이는 비장애인 18.2%보다 높은 수준이다.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찾는 방법을 모름'이 46.1%로 가장 높았다. '이해하기 쉬운 그림, 영상 등을 통한 안내서비스 부족 35%', '수어통역 미비 및 화면해설 서비스 부족 23.2%' 등도 뒤를 이었다.
호승희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 건강보건연구과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재난 취약 계층인 장애인의 차별을 방지해야 한다"며 "장애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예방과 치료,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장애유형별 현실성 있는 건강과 재난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의 취약 특성을 고려해 정보접근성 제고, 이동서비스 지원, 감염병 예방 및 관리, 필수 의료서비스 제공 강화, 돌봄공백 방지, 장애인 시설 이용 시 감염 예방 및 서비스 유지를 위한 실질적 제도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일 국립재활원에 따르면 장애인 18.2%가 돌봄서비스 중단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