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재인 기자] 미국 플로리다주 12층 아파트 붕괴 참사가 사흘째를 맞았지만 '골든타임'을 넘기면서 생존자 구조에 대한 희망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마이애미헤럴드는 27일(현지시간) 콘크리트 잔해를 옮기며 길이 38m, 폭 6m, 깊이 12m의 구덩이를 파는 새로운 수색 방식이 시작된 가운데 추가로 시신 4구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 방식은 현장에서 수색 작업을 돕는 중대한 방식으로 쓰일 것이라고 다니엘라 레빈 카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장은 설명했다.
당국은 당초 생존자가 잔해 속에 남아있을 가능성을 포기할 수 없다는 방침에 따라 중장비 사용을 자제해왔다. 이에 이번 작업이 구조에서 수습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고가 난 서프사이드의 찰스 버킷 시장은 현장의 수색 작업이 인명 구조에서 복구·수습으로 전환됐느냐는 물음에 "무기한의 구조 작업이 될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조) 자원이 부족하진 않다. 자원의 문제가 아니라 운의 문제"라면서 "이제는 우리에게 조금 더 행운이 따라야만 한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은 여전히 생존자 구조 가능성에 희망을 품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잔해 속에서 생존자 존재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나 소리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잔해 속에서 실종자가 숨쉴 만한 공간(에어포켓)이나 틈이 발견됐는지 묻는 질문에 마이애미데이드 앨런 코민스키 소방서은 수색 작업 중 '자연적으로 형성된 공간'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9·11 테러 등을 비롯해 건물 붕괴 구조 작업에 관여했던 전 로스앤젤레스소방대 출신 척 러델은 언제 수색·구조에서 수습으로 전환할지 결정하는 게 힘든 일이라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위험한 잔해 속에 구조대원을 잃을 위험도 있기 때문에 고통스럽더라도 전환 결정을 조만간 내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관료들은 이날 실종자 가족들을 버스에 태워 참사 현장으로 데려가 구조 작업을 지켜볼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구조해냈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들리지 않고 있다. 특히 화재로 인한 독성 연기와 번개를 동반한 비는 구조 작업을 더 어렵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나흘째임에도 구조 성과가 더디자 일부 가족들은 당국의 구조 작업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1995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17일 동안 잔해더미 아래 깔렸던 생존자가 구조됐던 사례가 있어 아직 희망의 끈을 놓기엔 이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50대 여성인 생존자 몬테아구도는 26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모든 걸 잃었지만 중요한 건 살아남았다는 것. 살아있으면 희망이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며 "잔해 속에 있을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고 말했다.
한편 참사 나흘째인 27일(현지시각) 사망자는 9명으로 늘었다. 1명은 병원에서 숨졌고 8명은 붕괴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국은 이 가운데 4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실종자는 152명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서프사이드에서 12층짜리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 아파트가 무너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진은 구조대가 구조한 생존자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염재인 기자 yj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