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산 배터리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위협 중인 중국 기업 성장세에 맞서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한다. 내수는 물론 유럽 등 해외진출까지 속도를 내며 패권을 노리는 중국에 대응해 기술력과 생산능력 등 초격차 전략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배터리 기업의 폭발적 성장세에 시장 점유율 1위 기업 국적을 넘겨준 국내사들이 생산능력 및 기술우위를 기반으로 한 반격을 준비 중에 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수요에 대비한 생산시설 증설부터 차세대 배터리 양산 준비 등 그 무기도 다양하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도 두각을 보였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최근 중국 기업들의 공세에 다소 버거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는 전년 동기 대비 272.1% 성장하며 점유율 1위(31.2%)에 등극했다. 이에 최근까지 붙박이 선두를 지켜온 LG에너지솔루션은 166.7%라는 준수한 성장률에도 불구 23.1%의 점유율로 2위로 밀려났다. 나란히 4·5위를 유지해온
삼성SDI(006400)와
SK이노베이션(096770)도 207.4%의 성장률을 보인 BYD(4위, 6.9%)에 밀려 한 계단씩 순위가 밀렸다.
자료/SNE리서치
중국 배터리 업체의 약진은 최근 급성장 중인 현지 전기차 업체들과 흐름을 같이 한다. 중국은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2위와 3위인 BYD와 상하이제너럴모트 우링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배터리 업체 역시 풍부한 수요를 기반으로 유럽과 미국 등으로 진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상태다. 나날이 커지는 시장에 향후 경쟁 역시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산 경쟁력 제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국내사들 역시 저마다의 무기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12월 LG화학으로부터 독립한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최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앞세운다. 주 생산기지인 폴란드 1공장 증설을 통해 연초 120GWh 수준인 전체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을 연말 150GWh까지 늘린다. 오는 2023년 260GWh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오는 2025년까지는 5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에 독자적으로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한다는 목표다 기존 5GWh급 미시간 공장과 함께 미국에만 75GWh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최근 배터리 수요 급증에 따른 각 사별 투자설비 확충 속 분할로 인해 연내로 전망되는 기업공개(IPO)에서 독자적인 자금확보가 가능한 점과 LG마그나, 알루토 등 전장부품 분야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 가능성도 강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생산시설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2분기 중대형 배터리 부문에서 첫 영업이익 흑자가 기대되는 삼성SDI는 미국 진출이 화두다. 국내 3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투자계획 발표에 신중했었지만, 최근 전영현 사장이 직접 미국 시장 진출과 관련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시기 발표만 남았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국내와 중국, 헝가리 등에만 생산거점을 보유한 삼성SDI 입장에선 바이든 정부 들어 전기차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미국 시장에 대응할 기반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또 니켈 함량 88% 이상의 하이니켈 기술이 적용돼 한번에 6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5세대 배터리(Gen.5) 역시 하반기 본격적인 양산이 전망되는 만큼 기술적인 우위 역시 내세울수 있게 될 예정이다.
지난달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1' 행사장 내 삼성SDI 부스에 전시된 차세대 배터리 Gen.5. 사진/뉴스토마토
국내 3사 가운데 점유율은 가장 낮지만 지난 2017년부터 매년 배터리 매출이 2배씩 성장 중인 SK이노베이션도 지난 1일 전 사장단이 출동한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공격적 투자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미국과 헝가리 중국 등의 생산 기지 증설을 동시에 진행 중인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3년까지 생산능력을 85GWh, 2025년 200GWh, 2030년 500GWh까지 순차적으로 확대한다. 현재 14억㎡인 리튬이온배터리(LiBS) 생산 규모 역시 오는 2025년 현재의 3배인 40억㎡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당장 내년 판매량 TOP3를 노리고 있는 만큼 기술력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구반반(9 ½ ½) NCM 배터리를 연내 상업생산하고 2025년까지 니켈 함량 94% 제품 개발을 마치겠다는 목표다. 강점인 파우치형 배터리의 효율을 개선한 시스템 개발도 완료한 상태다. 지난 1일에는 김준 총괄 사장이 배터리 사업 분할을 검토 중이란 계획을 밝히며, IPO를 통한 자금 확보 가능성도 열렸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8일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에서 'K배터리 산업발전 전략보고회'를 갖는다. 정부 관계자 및 국내 대표 배터리 3사 대표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정부의 산업 육성 방안을 비롯해 각 사별 신규 투자 계획 등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