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측이 공판 진행 방식을 시험문제 오답에 빗대 재판부와 설전을 벌였다. 재판장이 답할 때까지 공정성을 문제삼겠다는 뜻도 밝혔지만 재판부는 답변을 보류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윤종섭)는 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차장의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임 전 차장 측은 서증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증거서류 전부 낭독 방식을 재차 고집했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출제할 경우, 증거 서류의 핵심 내용을 고지하는 식으로 증거조사를 한다면 오답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현행법상 재판부는 필요하다고 인정
변호인은 "대학 입시에서는 가 문항을 택하면서 상황에 따라 나 문항을 택하면 기회주의자나 위선자"라며 "틀린 것은 틀린 것이지 눈치 보고 판단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 전 차장 측은 재판부가 나머지 의견 개진에 앞서 서증조사를 이어가려 하자 이유를 말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무속인이 아닌 법조인이니 이유를 말하라는 식의 기존 주장도 되풀이했다.
이에 재판부는 "소송지휘는 재판장이 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재판은 서증조사 이후 발언 기회를 주겠다는 재판부와 소송지휘 이유를 말하라는 임 전 차장 측 요구로 재판은 한동안 공전했다.
재판부는 향후 검찰이 관련 사건 공판의 증인신문 조서를 주신문과 반대신문, 재반대 신문 등 과정별 핵심 내용을 고지하는 식으로 서증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임 전 차장 측은 '재판장님에 대한 질의사항'을 통해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재판장이 지난 2017년 10월 김명수 대법원장 앞에서 사법농단 관련자를 단죄해야 한다고 했는지, 관련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를 했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등이었다.
김 대법원장의 코드인사로 6년째 중앙지법에 남게됐다는 의혹에 대한 답변도 요청했다. 변호인은 같은 법원에서 3년 근무한 판사는 법원을 옮기게 되는데 비해 윤 부장판사의 6년 연임은 특혜 아니냐는 보도를 인용했다.
변호인은 질의사항을 낭독하면서 "한 주에 한 번씩, 언제까지 (질의서를) 드릴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신중한 판단을 이유로 답변을 보류했다.
'사법농단' 혐의를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9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