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세계 해운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유례없는 호황이다. 컨테이너선, 벌크선 할 것 없이 해상 운임이 고공행진하며 1분기 역대급 실적을 쓴 데 이어 시장에서는 올해 내내 호실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11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운임은 전주보다 27.21포인트 오른 3932.35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80.5% 상승했다.
SCFI는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지수는 2009년 1000을 기준으로 집계한 뒤 한 번도 2000을 돌파한 적이 없었다. 불황 때는 세자릿수로 하락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사상 처음으로 2000을 찍은 뒤 올해 4월 3000을 넘겼고 기세를 이어 4000까지 바라보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이 고공행진 하면서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 HMM(옛 현대상선)도 역대급 실적 기록을 쓰고 있다.
지난 1분기엔 매출 2조4208억원, 영업이익 1조193억원의 실적을 냈는데 이는 분기 사상 최대 수준이다. 아울러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긴 것도 회사 출범 이후 처음이다.
HMM의 경우 앞서 주문한 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적기에 투입하며 더욱 실적을 향상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2018년 '해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2만4000TEU(6m 길이 컨테이너 1개)급 12척과 1만6000TEU급 8척을 발주한 바 있다. 이 선박들은 현재 모두 받아 바다에 투입하고 있다.
국내 2위 규모 컨테이너선사인 SM상선 또한 실적이 불어났다. SM상선의 경우 상장사가 아니라 구체적인 실적이 공개되지 않지만 올해 1~2월에만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의 약 72%를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 운임 급등으로 해운사들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HMM
지난 3월 SM상선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3000억~4000억원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206억원의 3배 이상 수준이다. 실적이 증가하면서 하반기 기업공개(IPO) 성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석탄과 철광석, 곡물 같은 건화물을 실어나르는 벌크선 업체들 또한 원자잿값 상승으로 미소 짓고 있다. 벌크선 운임 지표인 런던 발틱해운거래소의 건화물운임지수(BDI)는 지난 7일 기준 3241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날과 비교하면 약 75% 오른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내 1위 벌크선사 팬오션도 지난 1분기 매출액 6799억원, 영업이익 489억원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21.67%, 영업이익은 29.37% 증가했다.
해운사들의 호실적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면서 해상 운임을 끌어올린 결정적 요인인 항만 적체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런 호황에 힘입어 HMM은 올해 매출액 10조2310억원, 4조827억원의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59.53%, 영업이익은 316.27% 급증한 수준이다. 팬오션은 올해 매출액 3조853억원, 영업이익 2932억원이 기대된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23.55%, 30.17% 늘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