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해운사들의 올해 실적이 증가하면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백신이 도입된 후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해운사 수익성 향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운임 상승이 멈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운사들은 일단 몸집을 불려 규모의 경제를 꾀하는 방식으로 운임 하락을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규모 해운사 덴마크 머스크는 올해 1분기 27억달러(약 3조400억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1억9700만달러보다 무려 1270% 뛴 기록이다.
독일 하팍로이드는 1분기에 매출 49억달러를 달성했는데 이는 지난해 1분기 36억달러보다 33.1% 증가한 수준이다. 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기업이익(EBITDA)은 전년 동기 대비 269.2% 급증한 19억1000만달러다.
머스크는 이런 실적 급성장 배경에 대해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이 지난해 코로나19로 급감한 재고를 채우면서 컨테이너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소렌 스코우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은 우리 고객들이 엄청나게 높은 기저 수요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동시에 재고를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다른 해외 선사들도 실적이 성장 중이다. 이스라엘 선사 짐(Zim)은 1분기 5억8960만달러 수익을 거두며 흑자로 전환했고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1.9% 증가한 17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노르웨이 벌크선사인 골든오션그룹 또한 1분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인 2360만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큰 영업이익을 내며 자금 사정이 넉넉해진 해운사들은 본격적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상 운임이 크게 올라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지금의 호황이 계속해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몸집을 불려 규모의 경제를 꾀하려는 것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선박을 발주한 곳은 세계 2위 해운사 스위스 MSC다. 프랑스 해운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MSC는 지난 9일 기준 87만5676TEU(48척)를 신규 주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말 발주량은 72만4760TEU(40척)였는데, 한 달 새 약 15만TEU(8척)를 추가했다. 이 추세라면 MSC는 주문한 선박을 모두 인도받으면 머스크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MSC 다음으로 선박 발주량이 많은 곳은 대만 선사 에버그린으로, 70만9684TEU(70척)를 주문해 놓은 상태다.
3~4위인 CMA CGM과 COSCO(코스코) 또한 계속해서 몸집을 키우며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발주량 규모는 CMA CGM이 51만2041TEU(41척)로, 코스코 27만6000TEU(12척)를 크게 앞서고 있다.
세계 8위 HMM 또한 2018년 주문한 20척을 모두 인도하자마자 새 선박 발주에 나선 상황이다. 발주량은 15만6000TEU(12척)로 7위 에버그린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9위 양밍보다 선복량 우위는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밍해운은 HMM보다 약 5만TEU 적은 10만9932TEU를 발주한 상태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