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으로 눈 돌린 컬리…경영권 방어·성장성 우려

2254억 규모 투자 유치…2조5000억 기업가치 인정받아
김슬아 대표 지분율 6.67%로 경영권 방어 전략 관심

입력 : 2021-07-10 오전 11:00:00
지난 3월 30일 마켓컬리 김포 물류센터 오픈 기자간담회에서 김슬아 컬리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홍연 기자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최근 투자 유치에 성공한 컬리와 오아시스가 상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커머스의 업계의 각축장이 된 신선식품 시장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과 쿠팡 미국 상장 이후 국내 이커머스 업체에 대한 눈높이 조정이 이뤄지고 있어 본질적인 사업 모델에 대한 경쟁력이 없다면 성장 한계성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2254억원 규모의 시리즈F 투자유치를 완료하고 향후 기업공개(IPO)는 한국증시에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전문 새벽배송기업 오아시스마켓도 최근 5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미국 증시는 재무 건전성보다 성장 잠재력을 높게 보며, 차등의결권도 인정받을 수 있어 컬리는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컬리가 국내 증시 상장으로 방향을 튼 배경에는 희망했던 3조원 수준보다 낮게 인정받은 기업 가치와 최근 완화되고 있는 국내 증시 상장 요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마켓컬리가 평가받은 2조5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로는 미국 증시에 입성하더라도 비용과 리스크 측면에서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적자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힘들었으나, 한국거래소는 지난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을 완화했다. 컬리는" 한국거래소가 K-유니콘의 국내 상장 유치를 위해 미래 성장성 중심 심사체계 도입 등 제도 개선과 함께 적극 소통해온 점도 컬리가 한국 증시 상장으로 방향을 돌린 요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컬리는 이번에 확보한 투자금을 기술 개발과 샛별배송 서비스 지역 확대에 쓸 전망이다. 컬리는 기존 서울 등 수도권에 제공되던 샛별배송을 올 5월에 충청권까지 확대한 바 있다. 하반기에는 남부권까지 샛별배송 서비스를 확대하여 고객 편의를 증대하고 해당 지역의 신규 회원 유치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컬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신선식품 시장은 경쟁업체들의 추격이 매섭다. SSG닷컴은 충청권에서 오는 12일부터 새벽배송을 시작한다. 오아시스, 쿠팡프레시, 네이버 등도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물류 투자를 늘리는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신흥 강자로 떠오르는 오아시스는 최근 미국 사업 진출을 위해 모회사인 지어소프트가 개발해 오아시스마켓 물류 현장에 접목한 국내 토종 물류 IT 기술인 '오아시스루트'에 대한 미국 특허를 출원하는 한편, 경기 성남에 이어 의왕, 경북 언양에 스마트 물류 기지를 마련하며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아시스 역시 내년을 목표로 국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가격과 오프라인 연계 등의 강점으로 신선배송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 경영을 유지해왔다. 
 
컬리는 지난해 1조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지만, 1163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9년보다 1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늘어났으며, 설립 이후 누적 적자는 2700억원에 달해 향후 순이익을 내는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아울러 이번 투자 유치로 김슬아 컬리 대표가 보유한 컬리의 지분율이 6.67%에서 더 떨어져 향후 투자자들의 경영 간섭 등 취약한 지배구조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게 처음으로 새벽배송을 시작해 신선식품에 주력해 온 마켓컬리가 경쟁 업체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다"면서 "점유율 증대를 위해 비식품 분야로 외연을 확대하면 자칫 '신선식품의 강자'라는 본연의 이미지를 잃을 수도 있어 사업 전략에 대한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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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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