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재인 기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군함도(하시마) 등과 관련해 일제 강점기 한국인의 강제노역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13일 외교부에 따르면 유산위는 오는 16일부터 화상으로 열리는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를 앞두고 이날 '일본 근대산업시설 결정문안'을 공개했다. 이는 세계유산 지정 후 해당국이 유산위 결정을 잘 이행했는지 점검하고 결정문을 내기로 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일본이 2018년 유산위 채택 결정을 이행하지 않고 강제노역 역사를 왜곡했다는 게 이번 결정문안 핵심 내용이다.
결정문안은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해석 전략을 일본에 요청했다. 강제노역 등 유산을 둘러싼 역사의 어두운 면도 전부 알리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당사국(일본)이 관련 결정을 아직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하게 유감을 표명한다(strongly regrets)"고 명시했다.
특히 "다수의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 노역한 사실과 일본 정부의 징용 정책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5년 7월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가 낭독한 일본 정부 성명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또 유산위는 인포메이션 센터 설립과 같이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주문했다.
이미 사전 조율이 됐단 점에서 유산위는 21~23일 토론 없이 이 결정문안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세계유산 등재 당시 일본 대표는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들이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 노역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조치 △인포메이션센터 설치 등 희생자를 기리는 적절한 조치를 약속했다.
이 발언은 결정문 본문에 담기지 않았지만 '후속 조치 이행을 약속한 일본 대표 발언을 주목한다'고 각주에 명시됐다. 하지만 일본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도쿄 정보센터에도 희생자를 추모하는 내용은 없고 강제 노역을 부정 또는 희석하는 자료가 전시돼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에 유네스코와 유적보호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공동조사단 3명은 지난달 일본을 시찰했다. 공동조사단은 호주, 벨기에, 독일의 세계유산 전문가로 구성됐다.
공동조사단 보고서에는 △1940년대 한국인 등 강제노역 사실 이해 조치 불충분 △희생자 추모 조치 부재 △국제 모범 사례 참고 미흡 △대화 지속 필요성 강조 등의 내용이 담겼다.
조사단에 따르면 한국 등에서 온 노동자가 있다고 보여주는 전시가 있긴 하지만 강제노역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인포메이션 센터의 경우 도쿄 센터와 군함도 간 거리가 멀고 한국인 강제 노역자들이 희생자라는 사실도 간과했다.
다만 이번 결정문안에도 불구하고 세계 문화유산 지정 취소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15년 7월 유산위는 일본 23개소 메이지시대 산업시설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이중 7곳이 강제노역 시설로 나가사키현 나가사키항으로부터 19킬로미터(㎞) 떨어진 해상에 위치한 군함도가 포함됐다.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지옥섬'이라고 불린 군함도에서 조선인 122명이 사망했다고 알려졌다.
다목적실용위성3호가 2019년 2월13일 촬영한 일본 군함도(하시마섬).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염재인 기자 yj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