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신한카드가 미얀마 법인의 투자를 축소했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가 발생한 지 반년 가까이 지났지만 종결의 여지가 보이지 않은 영향이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까지 확산하면서 대출 부실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투자 규모는 더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미얀마 법인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의 지급보증 규모를 97억원으로 감액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지급보증 규모 181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미얀마 통화(MMK) 기준으로는 220억차트에서 170억차트로 줄었다. 보증 기간도 올해 말까지였지만 기간을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선제적으로 투자 축소를 단행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얀마 법인의 지급보증 규모는 증가세를 보였다. 지급보증은 신용이 부족한 법인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을 수 있도록 모회사가 제공하는 것으로, 신한카드는 해외사업에 주력하면서 미얀마 법인에 보증을 늘렸다. 실제 지난해 6월에는 170억차트의 지급보증을 실행한 데 이어 8월에는 50억차트를 추가로 지급했다.
그러던 신한카드가 미얀마 법인 투자를 축소하는 것은 쿠데타 사태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영향이 크다. 지난 2016년에 출범한 미얀마 법인은 소액 신용대출로 사업 기반을 닦아왔다. 그러나 올해 군부 쿠데타가 발발해 유혈 사태가 벌어지면서 사실상 신규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그 여파로 실적도 타격을 입었다. 1분기 미얀마 법인의 당기순손실은 1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억원의 순익을 기록한 것과 상반된다.
다른 해외 법인과 비교해도 투자를 축소하는 것은 차별화된 양상이다. 신한카드는 이달 베트남 법인에 대출 형태로 345억원을 신용공여했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법인의 80억원 규모 지급보증 건도 한도 그대로 올해 말까지 연장해줬다.
미얀마 법인의 앞으로의 업황은 더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쿠데타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코로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까지 겹치면서 피해도 속출하고 있어서다. 14일 기준 미얀마의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20만명을 돌파했으며 일일 신규 확진자는 4000명을 기록했다. 경제 활동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 회수 불가능한 채권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미얀마 법인이 보수적으로 영업 기조를 유지하다 보니까 기존에 조달한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해당 금액만큼 지급보증 한도를 감액했다"며 "안정적인 차입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차입처를 다변화하려는 목적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가 미얀마 법인의 지급보증 한도를 감액했다. 사진은 군부 쿠데타가 벌어진 미얀마에서 학생들이 반군부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