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모처럼 해양플랜트 수주 소식을 연이어 전하고 있다. 경제 회복으로 유가가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해양플랜트는 바다에 매장된 석유와 가스 등을 탐사하고 시추·발굴하는 장비를 말한다. 일반 선박보다 가격이 5배 이상 비싸 수익성이 높다. 선박의 경우 고부가 선종인 초대형 LNG 운반선 1척이 약 2000억원인데, 해양플랜트는 통상 조 단위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4년 셰일가스 붐으로 유가가 급락하면서 수년간 해양플랜트 수주 소식이 거의 없었다. 해양플랜트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을 기록해야 채산성이 있다고 보는데 최근 7~8년간 유가가 40~60달러 사이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20달러 초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14일 수주한 고정식 원유 생산 설비. 사진/대우조선해양
이 때문에 조선사들의 한때 '효자 사업'이었던 해양플랜트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유가가 급락하면서 만들어놓은 드릴십(심해용 원유시추선) 5기를 인도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전날 지난달에 이어 7253억원 규모의 해양 설비를 추가 수주했다고 밝히며 한해에 여러 기의 해양 설비를 수주한 건 2013년 이후 8년 만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간 해양플랜트 시장의 불황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해양플랜트 발주가 증가한 것은 코로나19로 침체했던 경기가 회복하면서 유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날 기준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73.12달러를 기록하며 최근 1년간 최저점이었던 35.79달러보다 2배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하반기 해양플랜트 추가 발주가 기대되는 곳은 나이지리아, 노르웨이, 브라질 등이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봉가 사우스 웨스트 아파로(BSWA) 프로젝트에서 해양프랜트 발주가 나올 전망으로, 규모는 12억달러(1조3600억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이 이 프로젝트 수주를 두고 경합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인 에퀴노르로부터 북극해 해상유전 개발 프로젝트에 사용할 해양플랜트 입찰 제안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에퀴노르는 삼성중공업과 함께 대우조선해양에도 입찰을 제안했다.
유가 반등하면서 해양플랜트와 함께 원유 운반선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들은 올해 초대형 원유운반선 27척을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선가 또한 1월 8800만달러에서 6월 9750만달러로 10.8% 오르면서 수익성도 높아지는 추세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