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사전청약의 딜레마

입력 : 2021-07-19 오전 6:00:00
“사실 사전청약은 잘 돼도 문제, 안 돼도 문제에요.”
 
한 부동산 전문가가 다소 우려 섞인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요지는 간단명료했다. 우회로가 아닌 정공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약 1년전부터 정부가 기대감을 높여온 사전청약이 16일부터 시작한다. 스타트는 인천계양지구가 끊는다. 이곳의 1100가구를 시작으로 남양주진접2 1600가구, 성남복정1 1000가구, 의왕청계2 300가구, 위례 400가구 등 약 4400가구가 1차 사전청약 물량으로 풀린다.
 
정부는 올해 10월과 11월, 12월까지 총 4차에 걸쳐 사전청약 물량을 쏟아낸다. 올해 예정된 총 물량은 3만200가구다. 내년에도 3만2000가구 가량을 사전청약으로 푼다. 
 
정부가 10여년 전 시행됐던 사전청약을 2020년대 들어 부활시킨 건 서울 아파트의 매수세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다. 2기 신도시보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3기 신도시에서 아파트 물량을 일찍 내놓을 테니 비싼 서울 집에 목 매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그러나 시장에선 사전청약 결과가 어떻든 서울 매수세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기대감을 잔뜩 부풀린 것에 비해 사전청약이 흥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신도시 사전청약의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커질 수 있다. 입지 혹은 분양가 등 거주여건의 단점이 부각돼 앞으로 나올 물량에서도 매수세를 흡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의미다.
 
사전청약 제도가 흥행하더라도 문제다. 경쟁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당첨가점 역시 높아진다. 가점경쟁에서 밀리는 이들은 앞으로 나올 사전청약 물량에서도 당첨 기대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결국 서울 아파트 시장의 ‘패닉바잉(공황구매)’ 수요로 돌아갈 수 있다. 이 같은 결론 역시 서울 집값의 상승을 예고한다. 
 
더군다나 3040세대 중심의 패닉바잉이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고, 하반기 서울 집값의 상승 전망도 유력하다. 사전청약을 준비하던 이들이 매수세로 전환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은 공급이다. 단, 조건이 붙는다. 수요가 원하는 지역의 공급이다. 서울 물량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는 오래 전부터 꾸준히 지적된 사항이다.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엉뚱한 곳에 공급을 해놓고 수요를 오라고 하면 오겠느냐, 수요가 원하는 곳에 물량을 풀어야 한다”라고 비판했고 서울 소재 대학교의 부동산학과 교수도 “정부 주도 공공중심의 서울 밖 물량만으로는 건강한 공급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사전청약의 이정표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가리키지만, 이건 일종의 우회로다. 매수 수요를 서울 밖으로 분산하는 방안으로, 시장 안정화를 위한 차선책이다. 그마저 약발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근본적인 해법이 깔려있지 않고선 시장 안정화는 어려워 보인다. 
 
땅이 없는 서울에서 가능한 공급 방안은 정비사업 활성화다. 공공 주도의 정비사업뿐 아니라 민간 정비사업도 함께 하는, 투트랙 공급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 역시 공급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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