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서윤 기자] 오는 2023년부터 유럽연합(EU)이 일부 수입 제품에 대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부과하면서 국내 철강 산업 등 수출 산업에 대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일명 탄소국경세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절실해지면서 배출권 거래제의 유상할당 비율을 상향하는 등 배출권거래제(ETS) 운용의 선진화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22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입법안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EU의 CBAM 제도는 오는 2023년 1월 1일부터 발효된다. 2025년까지는 과도기간이 적용된다. CBAM는 EU로 수입되는 제품 중 역내 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적용 대상은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등 5개 분야가 우선이다. 3년의 전환기간을 거쳐 2026년에는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이 중 우리나라는 철강과 알루미늄 기업들이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과도기간인 2025년까지는 CBAM 인증서 구입이 요구되지 않는다. 제품 간접 배출량과 해외 지불 탄소가격 등에 대한 정보의 분기별 보고만 의무화된다.
CBAM의 기반인 ETS는 2005년 EU를 시작으로 현재 전 세계에 다양한 수준으로 시행되고 있다. ETS는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사업장이 정부로부터 온실가스 배출허용량을 할당 받아 그 범위 내에서 감축을 하되, 할당량이 남을 경우에는 다른 기업에게 남은 할당량을 판매할 수 있다.
할당량이 부족한 경우 다른 기업으로부터 부족한 할당량을 구입해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의 이행을 관리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고 있다.
CBAM이 시행될 경우 EU와의 교역이 활발한 다배출 산업 중심 국가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 중국, 터키, 우크라이나 등 EU에 비료, 철강 및 알루미늄을 대규모로 수출하는 국가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는 예측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EU 수출 규모가 다소 큰 철강 기초소재와 1차 제품 분야에 대한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연구원 측은 배출권거래제 운용의 선진화와 강점을 발굴하고, 공급망 단위의 탄소배출 규제에 대한 장기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임소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배출권거래제 운영 사례를 참고해 유상할당 비율 상향과 국제 탄소시장 연계 등 국내 배출권거래제를 선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EU 대비 더 많은 종류의 대기오염물질과 관련 분야에 대해 배출권거래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국내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점검하고 국제 비교를 통해 국내 제도의 비교우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제도 시행이 제품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넘어 공급망 전체의 탄소배출 또는 제품 생산의 간접배출까지 포함한 포괄적 범위의 탄소국경조정이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임소영 연구위원은 "탄소국경세 제도 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파급효과와 부작용을 글로벌 공급망 전과정 측면에서 면밀하게 검토하고 대응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EU 역외 기업들이 유럽에 대해서만 친환경적인 수출을 하면서 다배출 생산·수출을 유럽 이외 다른 국가로 전환, 전 지구적 배출량 감소 효과를 저해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연구위원은 "공급망 탄소배출 관리를 위해 기술혁신과 투자를 통한 중소기업 협력업체의 역량을 배양하고, 공급망을 고려한 탄소배출 데이터 수집과 구축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산업연구원은 2023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수출입구조 등을 고려한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은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철강 분야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 비교. 자료/산업연구원
세종=정서윤 기자 tyvodlo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