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세계 곳곳에서 '탄소국경세' 도입 추진 움직임이 일면서 철강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정부가 한국 기업들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대책을 고심 중인 가운데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게 장기적인 해결책으로 꼽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3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단계적으로 시행해 2026년 본격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전기부터 관세를 부과한다. EU는 이 제도를 도입하며 2030년까지 유럽 대륙의 탄소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유럽과 함께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도 탄소국경세 도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관리들에게 탄소국경세가 초래할 영향과 금액 부과 방식 등 검토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탄소국경세는 탄소 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로부터 상품을 수입할 때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제품 생산 과정은 물론 제품을 만들 때 어떻게 생산한 전기를 사용했는지도 따진다. 이는 탄소 배출 규제가 강한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EU와 미국 등 주요국들이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하면서 철강업계 타격이 예상된다. 사진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국내 산업은 철강업이다. 당장 2년 뒤 규제를 시행하는 EU 수출 비중이 높은 데다 산업 자체 탄소 배출이 많아 높은 관세율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강사들이 EU에 수출한 물량은 221만3680톤(t)으로 우선 관세가 적용되는 5개 품목 중 가장 많다. 금액으로는 15억2300만달러에 달한다.
EY한영회계법인은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EU가 2023년 탄소국경세를 t당 30.6달러 부과할 경우 철강업계는 연간 약 1억4190만달러(약 1600억원)의 탄소국경세를 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2030년 t당 75달러로 가정할 경우 철강업계가 지급할 탄소국경세는 3억4770만달러(약 4000억원)로, 수출액 대비 탄소국경세 비중이 12.3%까지 증가한다.
이보다 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탄소국경세가 시행되면
포스코(005490)와
현대제철(004020)의 합산 추가 관세 부담은 연간 3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년 수조원을 탄소국경세로 내야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는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딱히 타개책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탄소국경세 도입에 따른 국내 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EU와 협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내 업체들이 배출권거래제(ETS) 도입을 통해 배출가스 감축에 힘써온 만큼 이번 규제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는 한시적인 대책일 뿐 장기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지적은 나온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최근 논평을 통해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와 탄소집약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대한 탄소국경세 부과는 산업계 전반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국제무역규범의 원칙을 해치지 않도록 미국·인도·러시아·일본·중국 등 관련국과의 국제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