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딸 방치해 숨지게 한 소년범, 상소하다 어른 돼 형 가중 확정

1심 때 소년범, 항소심 때 성인 돼 '불이익 변경금지' 쟁점
2심은 원심의 장기 15년 단기 7년 중 단기형 적용해 선고
대법원, 장·단기 중간 형량으로 파기환송, 재상고심 10년 확정

입력 : 2021-07-3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생후 7개월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여자 소년범이 성인이 돼 파기환송심에서 단기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받고 재상고심에서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환송 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고 피고인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한 것은 환송판결의 취지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다"며 "원심 판단에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사귀던 남성 B씨와 동거하다 지난 2018년 10월 딸을 낳았다. 이후 부부는 불화를 반복하며 외박과 외출 등으로 양육 책임을 서로 떠넘겼다.
 
A씨 부부는 2019년 5월 22일 싸운 뒤 각자 집을 떠났다. 이때 아기는 생후 7개월이었다. 부모가 귀가하지 않는 사이, 시베리안허스키 등 애완견 두 마리는 집안 곳곳에 배설하고 사방에 쓰레기를 풀어놓았다.
 
부부는 5월 23일부터 3일간 각자 짐을 챙기러 잠시 집에 들러 딸에게 분유만 먹이고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씨는 애완견들이 딸의 얼굴과 팔, 다리 등을 긁어 심한 상처를 입힌 모습을 보고 B씨에게 애완견 처분을 요구했다. B씨가 '내 알 바 아니다'라고 답하자, 화가 난 A씨는 집을 떠나 귀가하지 않았다.
 
B씨는 중고 판매 목적으로 집안의 냉장고 사진을 찍고는 우는 딸을 살피지 않고 애완견들을 격리하지도 않은 채 집을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5일 간 홀로 방치된 딸은 5월 30일과 31일 사이 극심한 탈수와 기아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A씨 부부는 문자메시지 등으로 딸의 사망 가능성을 이야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은 딸의 사체를 집에 둔 채 자기 물건만 챙기고 집을 빠져나왔다. 자신들의 부모가 마련한 딸의 장례식에는 술 먹고 늦잠 자느라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서로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힘없고 연약하며 아무런 죄가 없는 피해자에게 돌렸다"며 18살이던 A씨에게 징역 장기 15년에 단기 7년을, 성인인 B씨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2심은 19세가 된 A씨에게 징역 7년, B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성인이 된 A씨에게 정기형으로 7년을 적용한 이유는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 때문이었다. 이 원칙은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 항소심은 1심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형사법 대원칙이다.
 
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심에서 19세가 된 A씨에 대한 형량이 소년범에 적용되는 장기와 단기의 중간인 징역 11년이 돼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파기환송했다.
 
소년범은 단기형을 마치면 교정 정도를 평가받아 장기형을 마치지 않고도 출소될 수 있다. 이에 재판부는 A씨에게 장기형 집행 가능성이 남아있던 점, 어른이 돼 선고 받을 정기형이 장기형 범위 안에 있다면 불이익에 해당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B씨에 대한 징역 10년 형량은 부당하지 않다고 확정했다. 지난 4월 파기환송심은 A씨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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