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전국 100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반대를 주장하면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단체는 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이 자리에서 "가석방 기준 형기의 80% 이상을 살아야 심사 대상이 되는데, 올해 들어 희한하게도 60%로 줄었다"며 "많은 사람이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을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시나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어떤 의미에서 거의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석방 요건까지 바꿔서 해야 할 정도로 급박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부회장에 대한 편법적인 가석방을 절대 반대한다"며 "이것은 촛불 시민과 함께하는 촛불 명령"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형식적으로 법무부에서 가석방을 심사하는 절차를 진행하므로 시민사회단체의 의지를 모아서 박범계 장관에게 공식적으로 면담을 신청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다"며 "다시 한번 촉구한다. 박 장관에게 면담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재벌 총수란 이유로 가석방이 남용된다면 우리나라의 기업 범죄는 특혜의 대상이 된다"며 "이것은 우리가 줄곧 강조하는 헌법정신, 법치주의, 공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후진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또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에 관한 책임, 프로포폴 투약으로 재판 중이고, 이것만으로도 가석방이 돼서는 안 될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가석방 대상 후보에 이 올랐다는 자체로도 부적절하지만, 심의할 것이라면 심사위원회가 불허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는 여러 차례 이 부회장의 사면 또는 가석방을 적극적으로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명해 왔다"며 "그런데도 청와대조차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사실인 것처럼 워딩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임기가 7개월밖에 남지 않은 대통령이 법의 정의와 정신까지 훼손하면서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강행하는 것은 민주주의 근본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앞서서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해야 할 것은 국민에게 약속했던 노동 중심의 사회,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1만원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라고 강조했다.
장유진 진보대학생넷 대표는 "이 부회장에 대한 석방은 앞으로 다른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역시 삼성은 처벌받지 않는구나', '역시 재벌 적폐는 무너지기 어렵구나'란 것을 실감하게 하는 선고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가 촛불 이후에 다른 세상을 만들기로 약속했다면, 이를 이어 나갈 것이라면 이 부회장을 석방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대학생들은 끝까지 이 부회장에 제대로 처벌받고, 삼성이 달라질 수 있도록 싸워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총 1056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부터 광화문과 경복궁, 청와대 일대에서 이 부회장의 석방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오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진행한다. 심사위원들은 가석방 대상 명단을 검토한 후 재범 위험성과 범죄 동기, 사회의 감정 등을 고려해 적격 여부를 과반수로 의결한다.
심사위는 위원장인 강성국 법무부 차관과 구자현 검찰국장, 유병철 교정본부장 등 내부 위원 3명과 윤강열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용진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홍승희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백용매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조윤오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 등 외부 위원 5명으로 구성된다.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석방 반대 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국장,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한성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장유진 진보대학생넷 대표.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