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이달 들어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우유값 인상 현실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우유값이 오를 경우 빵, 아이스크림, 커피 등 가격 인상 압박 요인이 커지기 때문에 밀크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유업계에 따르면 낙농가는 이달 1일부터 우유 원재료인 원유 가격을 1리터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인상했다. 인상률은 2.3%다.
이번 원유 가격 인상은 지난해 7월 한국유가공협회와 낙농가가 원유가격연동제를 통해 결정했다. 원유가격연동제는 낙농가에서 생산한 원유 가격의 증감을 우유업체의 생산 우유 값에 반영하는 제도다.
국내 유업체는 시장의 수요·공급 상황과 관계없이 원유가격연동제를 통해 정해진 가격에 맞춰 원유를 구입해야 한다. 이에 유업체들은 지난 1일부터 인상된 가격에 맞춰 원유를 사들이고 있다. 다만 업계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을 비롯해
매일유업(267980)과
남양유업(003920)은 우유 소비자 가격 인상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우유 소비자 가격 인상에 대해 검토하고 있으나 인상률 등은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각에서는 이달 15일 전후로 유업체들이 우유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유업체가 낙농가에게서 원유를 구매할 때 업체들마다 정산 일자는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5일 가량의 대금을 한 번에 모아 처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원유 가격 인상폭은 3년 전인 2018년 인상분(4원) 대비 무려 5배 높다. 우유 가격 인상률에는 원유 가격 인상분 외에도 물류비, 인건비 등의 인상분도 반영되기 때문에 큰 폭으로 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2018년 당시 원유 가격이 4원 오르자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우유 소비자 가격을 3.6~4.5% 가량 조정한 바 있다.
우유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경우 빵, 아이스크림, 커피 등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8년 당시에도 커피전문점, 제빵·외식 프랜차이즈 등도 잇달아 가격 인상 러시에 나선 바 있다. 이에 이번 원유값 인상이 밀크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도화선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밀크 인플레이션은 우유 가격의 변화가 전체 물가의 인상을 불러오는 현상을 말한다.
한편 정부는 낙농진흥회에 원유 가격 철회, 재논의를 요청하고 있으나 낙농진흥회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낙농진흥회 제도개선 소위원회에 참석해 낙농업계에 원유가격 인상 철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앞서 지난달 13일에도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낙농가와 유업계에 우유 원유 가격 동결·재논의 등을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원유 가격 인상분은 지난해에 올리기로 한 것을 코로나19 상황으로 1년 연기한 것”이라며 “원유 가격 인상이 철회된 전례도 없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