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해소될 조짐이다. 생산 차질을 겪던 반도체업체들이 정상화되고 있고 각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차량용 칩 공급을 늘리고 있어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화재로 인해 공장 가동을 중단했던 일본 르네사스는 지난달 말 화재 이전 수준의 출하량을 회복했다. 르네사스의 공장 정상화와 더불어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 TSMC는 차량용 MCU 생산을 전년 대비 60% 이상 대폭 늘렸다. 미국 반도체 업체인 인텔도 차량용 반도체 생산계획을 밝혔다. 인텔은 독일과 반도체 공장 건설을 논의중이며 세계 4위 파운드리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GF)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네덜란드 NXP 역시 연초 한파로 멈췄던 공장을 재가동했고 생산량도 제자리를 되찾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반도체 수급난이 이르면 내년 초 해소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TSMC가 공장 증설을 결정했고 다른 기업체들도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늦어도 2월이면 물량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간 적체된 상황과 코로나19로 침체됐던 자동차 수요 확대 등을 고려하면 완전한 정상화는 1분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 부족 사태를 빚은 차량용 반도체는 '마이크로 컨트롤러(MCU)'다. IHS마킷에 따르면 MCU 시장은 르네사스 30%, NXP 26%, 인피니언 14%, 사이프러스 9%, TI 7%,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7%, ST마이크로 5% 등의 과점 구조다.
현대차 직원이 투싼 수소전기차를 조립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
이같은 과점 시장이 조성된 이유는 차량용 반도체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고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다른 부문 대비 낮아서다. 따라서 신규 업체가 들어올 요인이 적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특성상 충돌 내구성 등 안전 관련 고객사 요구사항도 까다롭다"며 "온도범위는 영하 40~영상 150도에 달하고 요구수명도 10년 내외, 불량률도 낮아야 하기에 신규 진입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업체들의 동시다발적 생산차질로 지난 4월 기준 전력제어칩, MCU 등 차량용 반도체 리드타임(발주에서 납품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24~52주로 통상적인 4~8주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자동차업계는 재고 축소와 판관비 절감을 위해 적시생산방식(JIT)을 추구하는 반면 반도체 생산에는 4~6개월 소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정상화되더라도 부족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국내 파운드리 육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지난 3월에는 민관 공동 '미래차·반도체 연대 협력 협의체'가 출범했다. 같은 달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등 완성차 5개사와 만도, LS오토모티브 등 차량부품업체 8곳과 팹리스(설계업체) 15곳이 함께 기술 교류회를 열기도 했다.
장홍창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 지원정책과 자동차 업계 내재화 노력은 이어지고 있으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국산화를 위해서 자동차 전용 국내 파운드리 육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